목록전체 글 (1745)
벌레의 숨결
한낮의 적막 발걸음 주춤주춤 엇갈리는 한낮 버려진 나무토막처럼 울음 빠져나간 고양이 허름한 물통 곁에서 차갑게 굳어 가고, 생명은 주검 위에 꽃핀다지만 딱딱한 껍질을 뚫고 우글우글 하얗게 솟아나는 꽃들 식어버린 피를 빨며 몸부림치고, 혀로 물을 끊던 소리 녹슨 물통 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데 빈 사발처럼 열린 눈동자 물 한 모금 삼키고 우러러본 하늘은 어떤 빛깔로 다가왔을까 울타리에 젖버듬히 기댄 해당화 나무 물기 머금은 붉은 꽃 한 송이 아득히 올려놓고 있다. --시와사람 80호(20주년 기념특집)-- .
뒷걸음질 사르륵 줄어드는 둥근 창문의 조리개 구멍 닫히는 공간의 어스름 속에서 한 가닥 빛마저 사라지고 나는 문밖으로 유령처럼 튕겨 나간다 무젖은 어둠 속에서 긴 세월 비바람에 비틀어진 산속 오두막처럼 낡은 집 검게 멍울진 손길 누룩뱀처럼 다가오고 몸무게를 상실한 나는 가랑잎처럼 훌쩍 밀려난다 머물던 집은 아직 떠날 만큼 낡지 않아 짜릿짜릿한 전율은 악어 입처럼 까마득한 어둠의 문 앞에서 움씰 뒷걸음치며 가슴속에서만 어렴풋하게 그려 보던 에이는 아픔을 겪어 보는 거야 다가올 때처럼 잠자코 떠나 버린 안갯속 고요가 내려앉는 콘크리트 바닥 형광등 불빛에 보석처럼 빤작이는 깨진 안경알의 파편 조각들 이보다 더 눈부신 빛은 본 적이 없어 한순간 반짝임에 낯선 땅을 밟는 듯한 석양은 참 싱그러운 것 같아. --시..
시와사람 신인상 당선자(3호~58호까지) 3호 제1회 윤석주(가작) 5호 제2회 이승희 7호 제3회 당선작 없음 9호 제4회 당선작 없음 11호 제5회 조용환 13호 제6회 채유정, 이미경 15호 제7회 김은우 17호 제8회 유위숙(현 류인서로 개명) 19호 제9회 당선작 없음 21호 제10회 당선작 없음 23호 제11회 서..
사람은 만나지 못했지만, 십자가의 길은 예술품처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통골 반대 방향 산길 돌고 돌아 광수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계산동 천변을 떠돌이개처럼 걸었다.
기품원 서울센터에서 자문회의가 오전에 끝났다. 옛 친구와 함께 술 한잔 하고 깊은 정담을 나누며 젊은 날처럼 모교 교정을 걸었다. 가슴은 뛰고 눈앞에선 푸른 숲 속에서 붉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든 칠월의 오후, 시간은 감리로운 멜로디처럼 흘렀다. 사슴처럼 뛰놀던 땅이여....... 옛 대학축제 때처럼 붉은 교기는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퍼붓던 빗줄기가 멈췄다. 하늘은 빛나지 않았지만 어둡지 않았다. 일원 중 한 사람의 개인 사정으로 반 코스만, 대신 19구간 후반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