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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애지문학회 회원님들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2015년 3월 28일 오후 두시 대전 유성에서 애지문학회 사화집 {혁명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는가}, 박종인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윤수하 시집 {틈}, 최도선 시집 {서른 아홉나연씨) 출간기념회가 있습니다. 따듯한 봄날 즐거운 출..
2014년 봄호를 펴내면서 도는 가까운 데에 있는데 그것을 먼 데서 찾는다. 일은 쉬운 데에 있는데, 그것을 어려운 데서 찾는다. ----맹자, {孟子}에서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던 갈릴레오도 화형을 당할 뻔 했고, ‘면죄부를 팔지 말라’고 했던 마틴 루터도 화형을 당할 뻔 했다. 독서중심..
아버지의 눈빛 --김재기의 시세계 반경환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본디 착하다는 성선설의 주창자이며,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자신의 옳지 못한 행실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한 행실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겸손하여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
다시, 오월 아득한 사람아 그 푸른 오월을 기억하는가 떠돌이고양이처럼 슬며시 다가와 눈빛에 마음이 묶였던 그날 새뜻한 나뭇잎에서 뚝뚝 떨어져 내린 풀물이 가슴에 배었다 어두운 밤에 반뜻거리는 먼뎃불빛 따라 세월의 들판을 날아다니는 떠돌이새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
낚시광(狂) 낚시광 K가 병원에 입원했다 북새통 같던 머리에 고요를 채운 지 석 달 허리띠를 풀어 화장실 변기통에 드리우고 버튼을 눌러 콸콸 흐르는 물살에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회진을 돌던 의사 P, 안쓰러운 눈으로 고기 많이 잡았느냐고 묻자 “똥통에서 무슨 고기가 잡혀? 별 미친..
중환자실 어둠침침한 중환자실 정강뼈를 뚫고 줄을 걸어 매달아 놓은 다리 한 짝에 몸의 중심을 빼앗겨버린 86세 김 할머니 굼깊게 주름진 얼굴 목구멍이 그르렁그르렁 끓는다 좁은 숨구멍으로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드나든다 잇따라 기침을 토해내도 한때 뜨거웠던 눈빛만은 여전하다 ..
가늘고 길게 설날을 앞두고 강추위 속에 국외로 떠난 P씨 바람까지도 얼어붙는 지린성 장춘 여객기에서 내리자마자 보낸 문자 메시지 “창밖에 보이는 저 고양이가 내가 보는 마지막 모습 같다” 낯선 땅 시간은 4박자의 아다지오로 흘렀다 이틀 후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눈빛 오월 땡볕 코를 땅에 대고 아슬랑거리는 강아지 세 마리 그늘에 엎드려 갓 눈을 뜬 새끼를 쳐다보는 어미 개의 눈빛이 그윽하다 저 잔잔하고 따듯한, 낯익은 눈빛 은발의 상고머리에 회색 두루마기를 단정하게 입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울긋불긋 옷차림한 ..
갯벌에서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민물도요 철새 떼가 겨울을 나는 남쪽 바닷가 구렛들과 푸른 갈대숲 사이 두루마리 펼친 듯한 둑길을 걷는다 뻘밭에 매대기질 치는 짱뚱어들 비어져 나온 아랫눈시울에 어른거리는 유년의 그림자 뙤약볕 쨍쨍한 어느 여름날 여린 손이 낚싯대를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