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을
인간 세상에서 만났다
꼬리 흔드는 애완견
약삭빠른 생쥐
욕심 많고 미련한 돼지, 재주꾼 원숭이
기회를 엿보는 여우, 늑대들로 득실거렸다
양처럼 자라서 소 같은 일꾼이 되라던 부모님 말씀
아직 귓가에 맴도는데,
사자 호랑이 같은 사나운 발톱 앞에서
내 꿈은 갈가리 찢어졌다
굵고 짧게 살아야 한다는데,
낡은 외양간에서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늙은 소의 울음소리
발톱은 없지만 두 개의 뿔로
가늘고 길게 살겠단다.
--애지 54호, 2013 여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