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대전둘레산길 (17)
벌레의 숨결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쏟아지는 땀에 흥건히 젖다. 종점인 닭재를 포기하고 상소동 산림욕장으로 하산.

삽재에서 갑하산 정상까지, 찌는 듯한 더위, 바람 한 점 없는, 가파른 오르막길, 몸은 흥건히 젖는데, 짜증나는 무풍의 능선길. 6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걸을 수 밖에, 그렇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7년 전 발걸음을 더듬으며 다시 찾은 산길, 금동고개에서 산과 만인산 사이 십여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13km 거리를 7시간 40분 동안 걸었다. 젊은 날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땀으로 흥건히 젖어 걸었다. 대전둘레산길 12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대전둘레산길 2014년 3월 30일 1코스를 시작하여 6뤌 28일 12코스를 마침으로, 한 주에 1회, 완주에 3개월이 걸렸다.요즘처럼 돈에 미쳐버린 사회에서 영리를 벗어난 행위로 무의미하고 하찮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인간의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싱그러운 산길은 부와 명예와 권력 보다도 더 큰 내면의 충족을 안겨 주었다. 마음은 대숲처럼 푸르고 온몸은 경주마처럼 가뿐하다. 천하가 모두 내 것인데 더 바랄 것이 무엇인가. 산들이 길게 뻗어 대전을 감싸고 그 사이로 3대 하천인 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차례로 만나 금강으로 흐른다. 시내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금남정맥의 명산 계룡산을 배경으로 금수봉, 도덕봉이 삽재 건너 갑하산, 우산봉으로 이어져 북쪽의 금병산으로 ..
어제 11코스를 힘들게 끝냈다. 오늘 대전둘레산길 완주의 마침표를 찍고 싶어, 서둘러 12코스를 시작했다. 날씨는 더웠으나 산길은 소음이 적고 시원했다. 어제 보다는 훨씬 발걸음이 가벼웠다. 큰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시원한 주변 풍광, 그러나 발걸음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더디져 갔다. 오전 11시부터 걷기 시작하여 오후 7시 20분에 보문산 시루봉에 도착, 대전둘레산길 완주의 기쁨 속에서 석양은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젊은 날처럼 들뜬 마음으로 시내의 밤거리를 배회하였다. 30년 동안에 세상은 너무 변했다. 옛과는 사뭇 달랐다.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 막걸린 몇 잔 곁들인 발걸음은 배틀배틀했고 늘어졌다. 바람도 없는 산길, 자동차 소음이 가득한 구봉상 산등성이, 5시간 반인 소요시간이 7시간을 훌적 넘어 갔다. 다시는 걷고 싶지 않은 짜증난 길이었다.
새로운 눈 맛과 용바위, 범바위의 합창 수통골 입구 숲길과 계곡은 늘 아름답다. 발길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물가 바위에 걸터 앉아 마신 막걸리 두 사발이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유괘한 마음은 두뇌를 활발하게, 시 한편이 바람타고 날라 온다.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광 갑동 버스 정류장에서 2km 정도 동학사로 넘어 가는 고개, 삽재에 출발지점이 있었다. 숲길은 잡풀이 무성한 야성이 흐르고 있었고, 도덕봉까지 숨차게 가파르지만 그 이후 산등성이 길은 홀가분하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8구간 산행의 참맛 갑하산 산길 초입에서 대당고속도로와 대전- 세종시 간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 때문에 마음이 편안치 못했는데, 얼마간 지나자 눈앞에 원시림이 신기루처럼 펼쳐졌다. 우산봉까지 숲길은 오래된 초록빛 터널, 몸도 마음도 푸르게 물들어갔다.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금병산 구간 거리 12.5km, 소요시간 7시간 30분, 초입부터 7km정도 매우 좋은 숲길이었다. 노루봉부터 3km 거리는 교도소 담 같은 ADD철책을 따라 매우 좁은 길,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였다. 철책 옆길을 벗어나자마자 답답한 기분을 풀고 싶어 차가운 맥주를 허겁지겁 들이켰다. 도착점인 거칠메기고개를 1km 정도 남겨두고 길을 잃고 헤매고 다녔다(다시 가고 싶지 않은 구간). 안산동 버스종점에 도착했을 때 오후 6시 30분, 8시간 30분이 걸렸다. 무더운 초여름의 저녁이 나른한 몸을 무겁게 누르며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