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대청호오백리길 (29)
벌레의 숨결
지난해 10월 12일부터 시작, 7개월 걸쳐 호반길 걷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붉게 타오르는 유월의 하늘, 후텁지근한 숲 속엔 날파리들만 지겹게 달려들었다. 무엇인가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 길 옆 호숫가는 불타는 사막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회남면과 문의면의 대청호반길, 헤매지 않고 곧바로 걸은 적이 거의 없었다. 모호한 안내 표시판과 잡초와 잡목 무성한, 호젓한 길. 오늘도 18구간 길 없는 좌골에서, 19구간 청소년수련원에서 문의대교로 가는 길. 산행 7시간 동안 지친 몸을 10초의 기적으로 43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가운 음료수와 물로 저녁을 떼운 여름날이었다. 청남대 길로 진입한 후 좌골마을에서 되돌아가느 마동행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휴계소 앞 길 없는 좌골마을이 아니라 피미마을로 진입했다 제대로 걷는다면, 널은 임도를 지나 찻길로 언덕을 넘어 작은용굴에 도착 드디어 20구간 출발지, 노현리 생태습지공원
문의면 묘암삼거리에서 지난 번에 걷지 못한 18구간의 일부 산덕리 상산마을까지 걸은 후, 19구간을 시작했다. 모호한 안내판 때문에 19구간 초부터 방황하다가 허기진 배를 어루만지며, 머물러던 정자 뒷길에서 다시 안내 팻말을 볼 수 있었다. 더듬거리며 그럭저럭 청남대까지 갈 수 있었으나, 초소 앞, 왼쪽 길이 넓고 풀이 덜 우거져 있어, 내리막길을 한참 걸었는데, 넓은 길은 사라지고 흐릿한 오솔길 흔적만이...... 잡풀 속을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야영지 같은 작은 평지, 그 뒤로 길은 없고 호수의 수면이 도깨비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되돌아오는 길, 엉뚱한 곳으로 한참을 가다, 산등성이에 올라 보니, 327봉과 초소의 중간 지점으로 다시 후퇴한 셈이 되었다. 다시 청남대 뒤 북쪽 초소에서 오른쪽 좁은..
신탄진까지 콜택시, 신탄진에서 문의까지 신탄진역 정류소에서 문의 면사무소, 문의 면사무소에서 후곡입구까지 콜택시를 이용, 오전 10시 35분부터 오후 5시 35분까지 7시간 소요, 초여름 햇살이 장작불처럼 체온을 올린다. 대청호오백리 사이트와 달리 첫째 후곡리 버스 승강장 근처에서 임도길 따라 산행이 시작되었고, 산등성이 길은 걷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4개의 봉우리를 지나야하는데, 2개의 봉우리를 지나 표류하다가 후곡농장 앞 포장된 차도로 나와 대각사를 지나 막다른 골목, 상당히 깐깐한 노인을 만나 친절 넘치는 안내로 후곡 버스 종점에서 임도를 따라 가호리로, 등산로를 차지 못해 다시 임도로 되돌아나와 뒷골 승강장에서 오후 5시 40분 문의행 버스를 탔다. 문의 호수식당 맛 좋은 청국장 정식에 배가 산모..
금요일, 목적지를 상실하고 표류한 산행,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차분하게 발길을 내디뎠다. 남대문교 바로 앞, 남대문리에서 버스를 내려 왼쪽으로 거구리마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마을을 지나고 임도길을 한참 걸은 후, 나무에 붇은 안내판을 따라 왼쪽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잡초와 잡목이 우거진 길,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겨우 방향을 잡았다. 빨강은 16구간, 노랑은 18구간 아래 안내판에서 왼쪽 숲길로 16구간은 잘 마쳤으나, 욕심이 솟구쳐 18구간까지, 18구간 문덕리에서 산 속을 방황하게 되었고, 그날 기록이 담긴 카메라를 분실했다. 신탄진 행 막차에 몸을 싣고 휴대폰으로 찍은 아래 사진 하나가 남은 전부.
눈부신 초여름 햇살은 여행객의 가슴에 꿈을 심어 준다. 청색과 녹색의 모자이크 속에서 점점이 수놓아진 야생화의 눈빛, 강물 따라 고요히 흐르는데 오랜만에 다시 걷는 강변,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 오지 탐험가가 된 것 같은 설렘에 가슴이 뛴다. 거구리 마을을 가로질러 뒷산에서 만난 문상객들, 모호한 안내판, 산등성이에서 지치도록 휘두른 정글도, 멋대로 움직인 방향타, 배는 삼천포로 향하d여, 목표를 놓치고 18구간 중간 지점, 염티삼거리에 좌초되었다. 30분쯤 걸어 문덕교에서 문의 콜택시에 몸을 실었다. 초여름의 긴 꼬리가 길가를 쓸고 있었다. 회남면 거교리 대전시내버스 63번 종점 회남면사무소의 깃발은 새처럼 펄럭이는데, 강변 공원엔 뜨거운 꽃잔디의 눈빛이 흐르고 있고 거구리 마을을 가로질러 산길로, ..
차 접촉사고로 걷기를 중단했엇는데,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시 시작했다. 판암전철역에서 67번 버스를 타고 회남면 거교리 버스종점에서 은운리로, 늦은 봄의 햇빛은 초여름처럼 눈부시고 강렬했지만, 주변의 푸른 강물과 산, 들판, 활짝 핀 영산홍, 눈앞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 그것만으로도 쏟아지는 땀방울을 닦아낼 수 있었다. 힘찬 발걸음 멈출 수 없어 안내면 현리까지 15구간 종점에서 14구간 출발점인 안내면 현리까지 6시간 30분 동안, 23km를 걸었다. 다리는 무겁고 몸은 나른했지만 머리는 대숲처럼 시원했다. 은운리에서 현리로 넘어가는 지름길이라고 해서 들어섰는데, 별 차이가 없었다.
나와 인연이 먼 대청호오백리길 14-2 구간,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 우시장삼거리, 야릇한 Y자형 삼거리,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점멸하고 있고, 앞에 가는 차가 우회전하려는 것 같아, 좌회전을 하는데 폭은 무척 넓은데, 바닥에 그어진 선은 대부분 지워지고 흙이 묻어 흐릿하다. 좌회전 유도 점선으로 착각하기 쉬워, 대부분이 차들이 길게 회전하여 진행한다(사고 후에 관찰). 나도 그와 같게 진입하여 직진방향으로 잠깐 진행하는 순간, 갑자기 측면에 부딛히는 소리가 들리며 차 앞머리가 왼쪽 유리창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미한 접촉사고이지만 경찰을 부르고, 보험회사를 부르고, 한 시간을 어지럽게 보내다 보니, 길을 걷기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힘빠진 발걸음으로 귀가를 했다. 세상사 모두가 난감하..
안내면 습지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심촌교에서 출발, 체험마을 새터를 지나 세 갈래 길에서 안내 표시를 착각, 오른쪽 임도로 가야 했는데, 왼쪽길로 묘지를 지나 가파른 산길로 진입,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비탈길,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를 타고 가까스로 오른 봉우리, 다른 봉우리로 가는 길은 아득한 벼랑길, 다시 잡목숲을 뚫고 원점으로 복귀, 오른쪽 임도로 들어섰지만 도중에 탑산을 넘는 길을 놓치고 많은 거리를 우회했다.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허리는 시큰거리는데 장고개를 지나 은운리에 도착하니 버스종접 경로당은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다행스럽게 승객은 우리 둘 외에 아무도 없는 텅 빈 7시 막차, 버스 기사와 한담을 나누며 마음을 달랬다. 막걸리 한잔에 제육볶음 몇 점의 가벼운 점심 시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