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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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계간)

떡갈나무

연안 燕安 2013. 2. 22. 23:29
 
    떡갈나무 응달진 산비탈 잡목 사이 우듬지 높은 나무 얽힌 주름에 새겨진 세월이 무겁다 더 많은 햇살을 받으려고 키를 늘리고 가지와 잎을 무성히 매달던 긴 영욕의 세월 바람에 날렸던 티끌 자국이 촘촘하다 바윗돌 피해 이리저리 휘어진 뿌리 절름대며 캄캄한 미로에 발을 내딛는다 큰 키만큼 땅속 깊이 뻗은 다리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견디고 있다 돌덩이에 부딪힐 때마다 파르르 불꽃이 튄다 보이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을 감추고 한 발 한 발 걸어온 가파른 돌길 무거운 걸음 멈추고 푸르던 잎사귀들 바람에 날려보낸다 황혼이 깃든 숲속 둥지를 틀던 새들은 떠나가고 쓸쓸한 고목 한 그루 늙은 아버지처럼 서 있다. --애지 제 7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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