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응달진 산비탈 잡목 사이
우듬지 높은 나무
얽힌 주름에 새겨진 세월이 무겁다
더 많은 햇살을 받으려고
키를 늘리고 가지와 잎을 무성히 매달던
긴 영욕의 세월
바람에 날렸던 티끌 자국이 촘촘하다
바윗돌 피해 이리저리 휘어진 뿌리
절름대며 캄캄한 미로에 발을 내딛는다
큰 키만큼 땅속 깊이 뻗은 다리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견디고 있다
돌덩이에 부딪힐 때마다 파르르 불꽃이 튄다
보이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을 감추고
한 발 한 발 걸어온
가파른 돌길
무거운 걸음 멈추고
푸르던 잎사귀들 바람에 날려보낸다
황혼이 깃든 숲속
둥지를 틀던 새들은 떠나가고
쓸쓸한 고목 한 그루 늙은 아버지처럼 서 있다.
--애지 제 7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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