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한낮의 적막 - 시와사람 80호(20주년 기념특집)-2016년 여름 본문

발표작품

한낮의 적막 - 시와사람 80호(20주년 기념특집)-2016년 여름

연안 燕安 2016. 7. 14. 21:30
      한낮의 적막 발걸음 주춤주춤 엇갈리는 한낮 버려진 나무토막처럼 울음 빠져나간 고양이 허름한 물통 곁에서 차갑게 굳어 가고, 생명은 주검 위에 꽃핀다지만 딱딱한 껍질을 뚫고 우글우글 하얗게 솟아나는 꽃들 식어버린 피를 빨며 몸부림치고, 혀로 물을 끊던 소리 녹슨 물통 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데 빈 사발처럼 열린 눈동자 물 한 모금 삼키고 우러러본 하늘은 어떤 빛깔로 다가왔을까 울타리에 젖버듬히 기댄 해당화 나무 물기 머금은 붉은 꽃 한 송이 아득히 올려놓고 있다. --시와사람 80호(20주년 기념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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