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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진 해변길, 노상 오메기떡과 열대과일을 맛보고, 나른한 발걸음으로 7시간 걸었다. 아침 일찌기 해장국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출발, 저녁은 돌아온 천지연 횟집에서 배를 부풀리고.
서귀포 여행자 센터에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광치기 해변, 2구간은 성산 일출봉을 맴도는 지리한 길, 하루종일 걸을 길은 아니다. 길엔 가로수도 없고 전망도 없는 답답한 길이었다.
시흥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1구간 입구는 보이지 않고..... 죽으로 허기진 배를 컵라면으로 떼우고, 먹을 것이라곤 게스트하우스 편의점에서 이것 뿐이지만 천만다행.... 맛 좋은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서대전역 01시 출발 04시 목포 도착, 09시 목포출발 14시 제주항 도착, 15시 올레여행자센터 도착, 6구간 일부 산책
이제는 자전거 타는 것에서도 발걸음을 멈추어야 하는가. 이틀 후면 추석, 지난 10년 간 가끔 즐겨 탔던 MTB를 넘겨주려고 큰 아들 집까지 천변을 따라 마지막 bike-riding을 했다.
15인승 콜밴을 빌려 타고, 대전에서 3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곳은 선구보건소 앞, 노을펜션을 지나 응봉산 등산로 입구로 설흘산을 거쳐 다랭이 마을까지 5시간 30분 소요, 길은 일부 구간이 험한 돌길이었지만, 술 한 잔 마시고 흔들거리며 즐길 수 있을 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다랭이마을 시골할매집에서 곽기영 시인을 만나 정겨운 담소를 나누었다. 깊은 인연, 5년 전 서울 문학회에서 만났었는데, 남쪽 끝에서 다시....... 멸치쌈밥과 유자잎 막걸리도 별미였다.
할 말이 너무 많으면 말 하기가 힘들다. 20대 때부터 애들을 기르면서, 젊은 시절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 주름진 얼굴, 머리엔 하얀 갈대밭이 긴 세월을 펼쳐 놓고 있었다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 수통골, 금수봉 가등, 저녁밥, 술, 커피,........................
짙은 그늘과 부드러운 흙길, 언제나 걷기 좋은 식장산, 독수리봉 정상에서 고양이와 함께 김밥을 나눠 먹었다.
노을이 흐르는 들판 구렛들 가로질러 돌개울 따라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 온종일 수십 리 화선지에 힘차게 그림을 그리는 그곳에 가면, 낡은 버스 정류장 먹거리와 음료수 줄느런히 늘여 놓은 구멍가게 안락의자에 여왕처럼 걸터앉아 노란 오이꽃을 깨무는 여인 탈탈거리는 경운기 위 정장 차림의 노신사 연단의 후보처럼 중절모 벗어 들고 미소를 보내오고 거름 내 절어 있는 길가 부르릉, 부르릉, 검은 부츠 사이에 낀 오토바이 검정 옷차림 은빛 수염의 사내 젊은 날의 흔적을 나부끼며 희미한 미소를 띠고 묵화처럼 서 있는데, 도시를 지나 시냇물처럼 모여든 사람들 촘촘한 세월의 티끌 자국 지우며 산 그림자 내리덮은 화폭에 저녁 어스름 멋지게 덧칠하고 있는데, 낡은 머리에 글자 구겨 넣으며 빈 종잇장에 쓰디쓴 몇 줄 써 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