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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대숲사이 하얗게 피어 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 끝없이 펼쳐진 황토길… 뻘… 南道의 맑은 숨소리 ◇비 내리는 강진 영랑 생가 뒤안의 대숲을 배경으로 송수권 시인이 상념에 잠겨 있다. 누군가 그의 용모를 일컬어 점잖게 ‘시골풍’이라고 시집 발문에 쓴 걸 보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성산포로 가는 해안도로에 희미한 일출봉을 배경으로 오징어들이 줄에 걸려 운다. 처음부터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올레’란 제주 방언으로 ‘골목길’에 해당되는 말인데, 그 길을 사랑하는 이들이 서귀포를 중심으로 제주 남서부 해안을 12코스로 이어놓았다. 어쩌다 행복하게도 3박4일 동안 그 올레를 걸을 기회가 생겼던 터에, 이생진(80) 시인의 ‘술에 취한’ 성산포가 보고 싶어 하루를 따로 떼어 홀로 제1코스(시흥초등학교~말미오름~종달리소금밭~성산갑문~광치기해변, 15㎞, 4~5시간)를 걸었다. 이 코스에서는 걷는 내내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
송찬호 시인의 ‘늙은 산벚나무’ “누구나 고향에서는 평등합니다. 젊었을 때는 고향이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일지 모르지만, 늙어가면서는 욕망의 키를 재다가 지위고하도 없고 모두 평등해져요.” ◇송찬호 시인의 고향마을에서 구병산 계곡을 향해 가는 길목의 먼 산자락에 산벚꽃이 등불처럼 환하다. 멀리 산벚나무, 신화 속에 피어난 꽃처럼 이마에 환하게 불을 밝혀놓았다. 송찬호(50) 시인의 ‘늙은 산벚’은 아닌 것 같다. 멀어서 분명하게 보이진 않아도, 호리호리하고 제법 키도 큰 것이, 화사하고 젊다. 숲은 아직 초록 물이 차오르기 전이어서, 오히려 그 회색 배경 탓에 노란 산수유와 젊은 산벚이 더 돌올하다. 시인을 찾아 충북 보은에 내려와 그가 자주 찾는다는 속리산국립공원 안쪽 구병리 계곡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는..
안도현 시인 데뷔작 ‘낙동강’ 그 맑은 마지막 물빛으로 남아 타오르고 싶었다 ‘낙동강’에 등장하는 안도현(48) 시인의 아버지 안오성(1934∼1981)은, 후일 유명한 시인이 된 큰아들이 스물한 살이었을 때, 마흔여덟 살 나이로 일찍 돌아가셨다. 시인의 어머니 임홍교(1939∼ ) 여사가 우리..
문화예술활동현황도 국가승인통계로 관리된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활동 현황조사」 통계청 국가승인통계 지정 - 2015년 문화예술계 주요현황 및 통계자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활동 현황조사’가 통계청 국가승인통계(제433001호)로 지정되었다. ‘문화예술활동 현황조사’는 2015년 한 해 동안 국내의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분야의 예술활동을 조사한 통계자료로 분야별, 장르별, 지역별, 시기별 현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술위원회는 1976년부터 문화예술계의 흐름과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문예연감』을 발간해 왔다. ‘문화예술활동 현황조사’는 기존의『문예연감』의 내용 중 ‘연간 국내 예술활동 건수 및 횟수’를 별도로 정리한 것이다. 동 조사는 ..
황지우 시인 데뷔작 ‘연혁(沿革)’ “저희는 우기(雨期)의 처마 밑을 바라볼 뿐;가난은 저희의 어떤 관례와도 같았습니다.” 멀리 섬들이 봉분처럼 떠 있다. 근경(近景)에는 허리를 구부린 노파 세 명이 초록의 마늘밭을 부유한다. 바다와 늙은 여인들 사이로, 무덤들이, 뻘밭의 갈대를 울타리 삼아 해변에 누워 있다. 머지않아 죽을 이들과 이미 죽은 자들의 집 너머로, 섬과 섬 사이에, 살아가야 할 자들의 생업을 부표로 띄워놓은 청태밭이 희미하게 보인다. 죽음과 노동과 생업이 아침 해무 속에 부옇게 빛난다. 운이 좋았다, 이 사진을 건진 건. 운도 노력의 결과라는 말을 이쯤에서는 인정할 수 있겠다. 미황사에서 일행이 아직 자고 있을 때 해남의 아침 바다가 궁금하여 달마산을 내려와 어란을 향해 달렸다. 황지우(5..
대전둘레산길 11구간 출발지 방동저수지 버스정류장에서 구봉산 등성이를 타고 괴곡동으로 하산.(6km, 3시간 소요)
이전한 시와사람 사옥,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 건너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안개처럼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