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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이성복 ‘슬퍼 할 수 없는 것’ 머리도 심장도 아닌 온몸을 던져 시를 쓰는 길 끝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 길을 떠난 지 한 해가 되었다. 만나고 싶은 이들을 두서없이 찾아다녔다. 길 위에서 여러 시인을 만났고 좋은 시들을 읽었다. 이제 그 끝에 이른 것인데, 더 만나야 할 시인은 하염없..
안현미 ‘곰곰’ '하시시' 울고있는 엄마를 찾아 세상 안 경계로 들어서다 태백에 안현미(38) 시인과 함께 다녀왔는데, 시인을 길 위에서 깊이 만나러 다녀온 것인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 어느 날 갑자기 바뀐 엄마, 그 변신하는 엄마들’(안현미의 자전적 산문 ‘시마할..
김사인의 ‘노숙’ “언제나 고향 돌아가 그간의 있었던 일들을 울며 아버지에 여쭐까” 엉뚱하게도 멀리 카이로까지 날아와 새벽에 시인 김사인(54)을 쓴다. 그이의 고향 충북보은 회남면의 대청호 수몰지 부근을 돌아본 건 두어 주 전이지만, 어쩌다보니 해외출장길까지 그를 안고 나섰..
강정의 ‘노래’ 늘 장신구처럼 따라다니는 죽음폭발적인 내압이 최고조에 다다른 강정의 시들은 하나같이 독하다 길 위에서 1년 가까이 시를 읽어오는 동안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시인을 만났다. 그것도 청춘들이 넘치는 홍대 입구에서, ‘미래파’의 원조라는 ‘젊은’ 시인 강정을 ..
이문재 ‘소금창고’ 내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우주라는 제자리로 돌아갈텐데… 내 몸은 이미 오래된 중금속 곰소로 내려가는 길에 눈이 내렸다. 눈이 사정을 두지 않고 차창으로 몰려들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해대교 아래 휴게소에 내려 진정하기를 기다리다 다시 남쪽으..
조정권 ‘산정 묘지’ 달이 아닌 죽음을 맞던 山頂의 독락당 대월루… 천상의 누각을 꿈꾸며 절대 고독을 즐기다 그를 만나고 온 시간은 꿈같다. 꿈처럼 황홀하다는 의미보다는 순간처럼, 희미했다는 맥락이다. 과연 만나기는 한 건지, 사진을 보면 분명하게 증명되긴 하지만 그를 만났..
문정희 ‘물을 만드는 여자’ 사랑의 도가니서 냉탕으로 던져진 소녀 이순을 넘긴 지금도 그 그리움 찾아 떠돌아 아들이 재수 끝에 수능시험을 본 다음날, 문정희 시인과 함께 그의 고향 전남 보성으로 떠났다. 성장기에는 그냥 아내에게 모든 걸 맡겨 놓았는데, 그 아내마저 직장 일로 동..
이정록의 ‘의자’ “세상사는게 별거냐 … 의자 몇개 놓는거지” 그는 튼튼해 보였다. 널찍한 어깨에 듬직한 키, 호방한 웃음과 ‘붕붕거리는 목소리’, 어떤 이야기든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면 걸쭉한 만담으로 육화되어 들리는 재미, 저 속에 슬픔이 깃들일 틈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몇만리를 흘러온 것 같은… 인생의 가을에 서서붉은 낙엽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인이 태어난 마을에 해가 진다. 서울에서 오전부터 내내 달려온 길, 예전 같으면 1박2일 걸려 여행하듯 내려와야 했다는 울진 후포항에 해가 지고 있다. 동해 너머 일본 쪽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