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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조용미 ‘자미원 간다’ 해발 688미터 은하철도 시발역 ‘자미원’서 무한 여행을 시작하다 ‘자미원’(紫味院)은 강원 정선군 남면에 있는 태백선의 간이역 이름이다. ‘자미원’(紫微垣)은 큰곰자리를 중심으로 170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 이름이다. 한자와 의미는 다르지만 이름은 ..
하재일 우도봉 올라서야 만난 해연풍 적막한 가슴을 적시고… 저멀리엔 한라산… 발밑엔 초록의 광장진홍같은 다홍 이파리의 양귀비 꽃밭 관능과 슬픔을 태워 올리는 빛과 같아 ◇성산 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우도. 푸르고 넓은 아득한 바다에 소 한 마리가 엎드려 턱을 괴고 먼 바다를 ..
김선우의 ‘대관령 옛 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청춘의 마지막 길 “너도 갈거니?” ◇청춘기의 아픔이 깃든 대관령 마루에 올라 상념에 잠긴 김선우 시인. 대학시절 ’혁명’을 꿈꾸다가 졸업 후 좌절의 늪에 빠졌을 때 그는 이곳에 와서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고 시 쓰기에 남은 생..
최영철 ‘수영성 와목’ 스쳐간 여인 향해 몸 기울인 나무의 순정 가슴이 시려 여름의 끝물, 남쪽 항구도시에 내리는 빛이 강렬하다. 시인이 저만치 앞장서서 매축지(埋築地) 골목길을 순례하는 중이다. 뒷머리 만지작거리며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린다. 시인의 기억 속에 오래 길을 낸 ..
문인수 ‘채와 북사이, 동백진다’ 山은 북을 잡고, 江은 소리를… 천둥소리는 휘모리가 되고 시인의 고향마을에 흐르는 백천(白川) 둑을 따라 걸으면 멀리 북쪽에 삼각형으로 뾰족이 솟은 산이 선명하게 시야에 잡힌다. 방울소리가 들리는 산이라 하여 ‘방올음산’(方兀音山)이요, 멀..
최승호의 '반딧불 보호구역' 시인을 평생 억누르는 외로움… 죽음… 생명이 숨쉬는 명지산은 '치유의 공간' ◇최승호 시인은 명지산 도라지밭에서 “이곳에 오면 조금 비애스러울 뿐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인에게는 재활 공간이었던 명지산이 고통스러운 기억이 많은 춘천보..
박형준의 '빛의 소묘' 아늑한 들녘에 내리는 맑은 비는 우수를 빚어내고 들녘은 아늑하다. 도회지에서 쫓겨 살 때는 까맣게 잊었다가도 정작 그곳에 내려가면 누군가 오래 기다리다 깊이 안아주는 것 같다. 그 들녘을 굽어보는 정토산의 치맛자락 말기, 전북 정읍시 정우면 산북리에 박형..
나희덕의 ‘와온에서’ 하늘·바다·뻘 세개의 해… 오늘 저 해를 내가 훔쳐간다 그네의 시는 대체로 아늑하고 따뜻해서, 혹은 슬퍼서, 어두워지는 골목길을 돌아 십오 촉 전구가 깜박거리는 누옥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거기, 헐겁고 지붕이 낮은 그 집에 ‘일몰’이 산다. 그네에게 일..
이기철의 ‘청산행’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연기 생목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시인의 고향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뻐꾸기 소리는 내내 따라다녔다. 뻐꾸기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는 산비둘기가 울었다. 뒤란 언덕에서 대나무 잎이 바스락거리고 오래된 지붕에 와송(瓦松)이 솟아나는 그 기와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인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처로 떠나기 전까지, ‘눈에 익은 수많은 돌멩이들의 정분을 거역’하고 ‘뛰는 버스에 올라 도시 속의 먼지가’ 되기 전까지 살았던, 거창군 가조면 석강리 옛집이다. “용서할 줄 모르는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고/ 눈 속에 묻히는 봄보리들의 침묵이 나를 무섭게 위협했을 때/ 관습의 신발 속에 맨발을 꽂으며 나는/ 눈에 익은 수많은 돌멩이들의 정분을 거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