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현대시모음 (217)
벌레의 숨결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구름사촌 / 조규남 내 발도 하늘을 문질러본 기억이 있다 나무이파리처럼 시원하게 흔들리며 하늘에 발자국을 찍어본 일이 있다 바람이 건들대며 쓰다듬고 지나가면 구름도 덩달아 내 발을 슬쩍 신어보고 도망가던 자국이 자꾸 간지럽다 운동..
영상시 -------->
바람의 춤 // 김 용 관 그녀는 나의 여인이었다. 꼭꼭 씹은 말 숨기고 긴 겨울동안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 인고의 아픔이 목까지 차오른 눈물을 보이지 않고 나비와 더불어 청산에 꽃향기를 뿌리며 춤을 추자고 한다. 그녀는 나의 여인이었다. 녹색치마로 날 휘감고 둥실둥실 살고 ..
모닥불 글/안도현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어두운 청과시장 귀퉁이에서 지하도 공사장 입구에서 잡것들이 몸 푼 세상 쓰레기장에서 철야농성한 여공들 가슴 속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면사무소 앞에서 가난한 양말에 구멍난 아이 앞에서 비탈진 역사의 텃밭 가에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
설야(雪夜) 김 광 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워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여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하얀 눈이 되어 김 용 관 하얀 눈이 되어 바람을 타고 내려와 나무와 지붕 위에 앉아 모든 이에게 꿈을 안겨 주고 싶습니다. 바람에 쫓기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세상을 보듬고 있다가 몸이 지치면 물이 되어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가 땅 속 심장을 안고 다시 꿈을 키워 태어나렵니다...
살구꽃 그림자 정우영 나는 마흔아홉 해 전 우리 집 우물곁에서 베어진 살구나무이다. 내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내 몸에서는 살구향이 짙게 뿜어져 나왔다고 한다. 오랫동안 등허리엔 살구꽃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목울대엔 살구씨가 매달려 있었다. 차츰차츰 살구꽃 그림자는 엷..
귀소본능 글/ 호수 언젠가는 가야지 쉼 없던 마음 내려놓고 비켜선 마음으로 그리 살아야지 소망의 액자 속 서정의 풍경 머리맡에 걸어 놓고 바라보다가 못내 두려온 마음이 주춤주춤 돌아가는 그 길에 강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그곳이 못내 두려워 마음은 주춤주춤 가야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