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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봄눈 -정세훈- 님이 보내시는가 북망산으로 봄나들이 가신 님이 보내시는가. 꽃이 피어 아름답고 새가 울어 섧다는 북망산 봄소식을 폴폴 봄바람에 실어 보내시는가. 봄꽃이 좋아서 겨울날에 홀연히 떠난 님이 날더러 못 잊어라 보고 싶어라 하얀 눈물 펑펑 보내시는가. 아직은 아득한 겨울녘인데.
봄눈/염경희 목련 몽우리 위에 간밤부터 아침까지 소복이 쌓여 마른 나뭇가지마다 은빛 비춘다 고양이 한 마리 그 앞을 스치며 남긴 발자국 따라 나는 하얀 그리움 짓눌리지 않게 마음에 날개 달아본다 내 눈에 밟힐수록 더 포근히 다가오는 그대 눈빛 내 허물 덮어주는 그 사랑 앞에 나도 꽃처럼 피어..
春 雪 정 지 용 문 열자 선뜻 ! 먼 산이 이마에 차라. 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
춘설(春雪) 강 수 정 어제 본 나비야 어데 숨었니, 먼지의 요람 속에 하늘하늘 노랑 물 절인 날개 접어 짚 덤불 속 숨어있니 모락모락, 산 안개 달콤한 발톱 내 밀며 속삭였지 대문 밖이 환하다 빨리 날개를 달아라 행복하다고 믿는 봄볕 때문 문밖 쑤시는 아픔 있는 줄 몰랐지 무늬 돋아 꽃 돌아오고 아..
사랑과 미움의 징검다리 제 홀로의 서러움에 차가운 빙점(氷點)에 머물면서 모진 눈보라에 알몸으로 버티더니 온갖 가슴앓이를 벙어리 되어 이겨내고 색색의 꽃망울 터트려 미소 짓는 설중매(雪中梅)의 수줍은 향기(香氣)여! 야한 비아냥 세상사(世上事)엔 아랑곳 없이 그리운 님을 찾아 설한풍(雪寒..
겨울바람이 동백나무들을 붙들고 푸른 음색으로 흐느끼는 동안 하나 둘 피는 울음 꽃들 무지개도 벌, 나비도 그대의 울음 끝에 와 닿지 않는다 찬바람이 바다를 몰고 와 단단하고 넓게 얼어 가는 동백나무 움츠린 가지 끝에서 혈을 토하며 응어리를 하나 둘 푼다 파랗게 질린 듯 일제히 서서 못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