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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染指鳳仙花歌(염지봉선화가) 금빛화분 저녁이슬 규방에 맺히면, 아가씨 열 손가락 곱기도 해라. 대절구로 짓찧어 배추 잎으로 말아, 등잔 앞에 매느라 귀고리가 딸랑딸랑. 새벽에 일어나 주렴 걷어 올리니, 반가와라 붉은 별이 거울 면에 비치네. 꽃잎을 뜯으면 호랑나비 나는 듯, 가야금 탈 때는 복사꽃 놀라 떨어지네. 정성껏 분바르고 쪽머리 손질하면, 소강상 대나무에 피눈물 얼룩지듯. 이따금 붓 잡고 초승달 눈썹 그리면, 붉은 비가 봄 동산을 지나간 듯. 金盆夕露凝紅房(금분다로응홍방) 佳人十指纖纖長(가인십지섬섬장) 竹碾搗出捲菘葉(죽연도출권숭엽) 燈前動護雙鳴璫(등전동호쌍명당) 粧褸曉起簾初捲(장루효기렴초권) 意看火星抛鏡面(의간화성포경면) 拾草疑飛紅ㅇ蝶(습초의비홍협접) 彈箏驚落桃花片(탄쟁경낙도화편) 徐勻粉頰整羅鬟(서..
생의 수수께끼 오 상 순 읽고 있는 페이지 위에 이름도 모르고 형상도 알 수 없는 하루살이같은 미물의 벌레 하나 바람에 불려 날아와 앉는 것을 무심히 손가락을 대었더니 어느덧 자취 없이 스러지던 순간의 심상 ! 때때로 나의 가슴을 오뇌(懊惱)케 하노나----. 별의 무리 침묵하고 춤추는 깊은밤 어둠의 바다같은 고요한 방에 갓난아가의 어머니 젖꼭지 빠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시집명 : 아시아의 마지막 밤풍경
꽃자리* 구 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꽃자리 : 시인 공초 오상순 선생의, 사람을 만났을 때의 축언을 조금 풀이하여 시로서 써 보았음. 시집명 : 유치찬란(1995)
달팽이 동호 / 조남명 등 뒤에 제 몸보다 큰 껍질을 짊어지고 다니다 그리 무거운 짐을 오죽하면 떼놓고 못 다니랴 위태로운 몸 언제라도 숨길 수 있어 그러리 느린 삶을 살면서도 제 수(壽)를 다 하는 달팽이가 한마디 한다 여유 좀 가지라고 천천히 좀 살아가라고. 시집명 : 사랑하며 살기도 짧다 http://blog.naver.com/jnm3406 민 달팽이 / 심시인 너는 어쩜그리 내 어린날을 꼭 닮았니 엄니 장에 갔다고 울고 누이 시집 간다고 울던 나처럼 맨 날 눈물이 그렁그렁 오늘도 안쓰럽구나 소낙비가 오는 날 바위동굴 밑에선 / 정세일 언제나 푸른 하늘만을 바라보며 풀잎들의 바람이 스치는 노래만 듣고 살아온 달팽이는 가을인데도 여름소낙비처럼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한쪽에 널어놓았던 자신의 ..
호수湖水 장석남 단추를 한 다섯 개쯤 열면 돼요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그리고 근심처럼 흐르는 안개를 젖히면 그만이에요 갈대나 물결 새나 바람 평수 많은 밤 어디서 오는지 아주 커다란 보석이죠? 익숙한 별자리가 무어에요? 가령 웃거나 울던 하늘 기슭 같은 것 말이에요 그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해요 단추를 한 다섯쯤 풀면 지나던 메아리 멈춘 듯 어디서 왔는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그 호수를 찾는 일이 월간 『현대문학』 2010년 9월호 발표 장석남 시인 1965년 경기도 덕적에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지성사, 1991), 『별의 감옥..
초록 잎에 쓰는 편지 글/ 포그니 가 닿을 수 없었던 마음 까치발을 하고 기다림으로 서 있을 그대에게 꽃잎처럼 날아가 안기고 싶다고 가벼이 접어서 너른 들판에 가만 내려 놓고 저토록 번져가는 꽃자리에 푸른 쉼표 하나 찍는다 같이 물들어 보자고. --20110429--
바람불어 좋은날 서 지 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색동저고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어느땐들 우리가 한식구 한솥에 밥 아니 먹고 북채 장구채 골라잡지 않았으리요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꽃 떨어지기 전에 부는 바람 임 보는 바람 꽃 떨어지고 부는 바람 열매 맺는 바람 백두산의 진달래꽃 피어서 꽃구경 가는 날 으스러진 강물이 땅을 울리고 으깨어진 어깨가 춤을 춘다 이 강산 햇빛 나고 구름 좋은 날 구름 위의 새소리 맑게 뚫리는 날 쓰린 발 쓰리지 않고 저린 손 저리지 않고 목마름도 피맺힘도 한풀꺾인 목숨이라 샘물 퍼내어서 버들잎 띄워 마시고 숨막히는 산고개도 넘어보면 훤한 이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지 찍고 분바르고 귀밑머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소나무 가지 위에. 바람불어 좋은 날 詩/ 최홍윤 꽃을..
스치는 모든 것이 다.바람이려니. 詩/강 재현. 시낭송/유 현서 눈에 보이지 않는 허공의 바람을 그 누가 탓하리오 스치는 모든것이 다 바람일 뿐일진대 소리도 없이 왔다가는 인연의 끝을부여잡고 가슴에서 지어진 한을 풀어헤치면 생과 사 그 질긴 끄나풀도 놓아지리니 바람으로 와서 바람으로 흩어질 우리네 헛된 인생살이 육골진토 되어 남는 건 사랑 한 줌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돌아갈 여보게,미련한 사람아 가슴 속 사랑을 파먹고 살다 가야하네 바람 부는 날 정 명 숙 바람을 앞선 한줄기 파장은 수백 킬로미터를 내달려와 기상레이더에 점점이 전파의 선을 긋고 흔들리고 뒤엉켜 떠밀려오며 무엇 제대로 하나 풀지 못하는 손 파란 핏줄기 돋아 휘젓고있다. 구름은 하얀 달빛을 가르다가 바다의 풍랑으로 휘돌다가 사막 가운데..
매화 정 은 정 시조시 누가 울어 저리도 아프게 하였을까 오늘은 누가 웃어 터질 듯한 몸짓일까 차가운 겨울자락을 무엇으로 이겼을꼬 흰빛으로 단장하고 마음을 씻고 있는 향기마저 여물어 먼 곳까지 싱그럽다 내 맘에 묵은 망상도 한결 풋풋하여라 매화(梅花) 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홍매화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들 풀 정 삼 희 논두렁 양지바른 곳에 살포시 삐져나온 내 이름은 애달픈 들풀 행여 들꽃 한아름 피어나면 눈 맞추고 친구되어 어둠 속 노래하는 개구리들의 휴식처가 되리 진정 너 이름있는 꽃이라 자랑하려거든 난 이대로 이름없는 들풀이 되리 들풀 연가 임희구 파릇한첫싹이피어오를땐 나도장미꽃같은꽃잎인줄알았어요 턱밑으로깔리는 팍팍한들판을보면서 그때야뜨거운눈물을삼켰지요 꽃은무슨, 세상에나같은것도살아지네요 마른들에서살다보니 가슴도메말랐죠 불타는여름한낮 타죽을지말라죽을지 몰라요맥없이지쳐땅바닥에주저앉아 빼도박도못하는나라는걸알아버린 이지독한오기는또무슨그리움인가요 이몸 이가슴에도 사랑이꽃피던날들이있었죠 살터지도록사랑한세상 팍팍한들판에서 남몰래가슴패일날들이더많겠지만 삶이란게별거던가요 온천지사방 미친듯달려드는바람과 여름한낮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