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달팽이 본문

현대시모음

달팽이

연안 燕安 2011. 7. 4. 16:40

달팽이
동호 / 조남명

등 뒤에
제 몸보다 큰 껍질을
짊어지고 다니다

그리 무거운 짐을
오죽하면 떼놓고 못 다니랴
위태로운 몸 언제라도
숨길 수 있어 그러리

느린 삶을 살면서도
제 수(壽)를 다 하는 달팽이가
한마디 한다

여유 좀 가지라고
천천히 좀 살아가라고.


시집명 : 사랑하며 살기도 짧다
http://blog.naver.com/jnm3406

 

민 달팽이 / 심시인


너는 어쩜그리
내 어린날을 꼭 닮았니
엄니 장에 갔다고 울고
누이 시집 간다고 울던 나처럼
맨 날 눈물이 그렁그렁
오늘도 안쓰럽구나

 

소낙비가 오는 날 바위동굴 밑에선 / 정세일


언제나 푸른 하늘만을 바라보며
풀잎들의 바람이 스치는 노래만 듣고
살아온 달팽이는 가을인데도 여름소낙비처럼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한쪽에 널어놓았던
자신의 지붕을 얼른 등에 지고 비를 피할 수 있는
바위 밑에 굴로 갑니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새처럼 푸른꿈과 꽃이 피는소리만을
언제나 그리며 살고 싶었던 달팽이는 비가 많이 온날
바위 동굴 속으로 자신처럼 비 때문에
두 번이나 놀랜 가슴으로 그곳을 찾아온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비 때문에 허겁지겁 날개도 잃어버리고
찻아온 가을 잠자리 같은 사람도 있고
노래부르는 풀잎 기타를 그냥 들고 오다
줄이 끊어진 채로 낙심하여 찾아와 여치같이
슬픈 노래만을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두얼굴을 가진 박쥐같이 공포감을 조성하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고
알도 토리를 주우려 왔다가 온몸에
비를 맞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수줍은 다람쥐 같은 사람들도 그곳에 왔습니다
풀잎마을이 물에 잠기고
온통 나무들도 물에 다 젖은 날
옷감을 가지고 찾아 재단사인 풍뎅이는 울고있고
풀잎동네 트럭운전사인 말똥구리도 주저앉은 채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보며 일어날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비가오는날
소낙비가 그치지 않고 오는 날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는 산 위에서 날이새기만을 기다리며
풀잎동네만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달팽이/박재동


불면 날아갈듯

건들면 터질듯

연민을 자아내는 동물이여



아마도 너의 촉수는

너무 예민해서

그렇게 행동이 굼뜬가보다



아마도 너의 영혼은

너무 맑아

세상 고초를 견디기에

버거웠나보다



그래서 너는 피하고

또 피하나보다

저 숨 막히는 햇볕 대지로부터

 

 

달팽이 /김경애

촉수의 날을 세워
산란을 꿈꾸는 장마철
따스한 기운에
멀리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달팽이는
날마다 내 안에
동그란 우주를 잉태한다

 

시집명 : 살아있는 시( 2010년, 출판사: 시와 사람)

 

상념(想念) /최영희

어느 호기심 많은 아이가
상자 속에 내 몰골을 닮은
달팽이 한 마리를 넣어 두고
부처님 손바닥만 한 세상을
깔아 주었다

아이는
그 손바닥만 한 세상을 허덕이며 기어 다니는
꼭, 나를 닮은 달팽이를 날마다 들여 다 보며
마음이 아팠으리라
깎은 절벽 같은 상자의 벽을
기어오르다간 떨어지고 또 기어오르고
그러다 오르기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달팽이의 뒷모습이
무척 안타까웠으리라

아이는
오늘도 무엇인가를 찾는 듯
반 자만큼 젖은
상자 속 세상에서
골몰하며 헤매는 달팽이를
보고 있다

시집명 : ...그리고 사랑(2006.3.15, 오감도 출판사)

 

 

달팽이/ 김경숙

처음부터 지름길은 없었어
오직 한 길 뿐
속도는 사치스런 상념이지

넘어지고 뒹굴어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찬란한 운명이라고

날마다 자신을 설득하며
더듬이 쫑긋 세워
미지의 세계를 향해
먼 길 떠나는 순례자

대지에 읊어놓은
길고 긴 쓸쓸한 독백
화석으로 남으리

 

 

우포늪 달팽이 /김내식


쭉 뻗은 고속도로
시속 120 키로 미터로 달려간 거기

우포늪 골풀 위에
우주의 이슬방울에 비추인 지구

달팽이 한 마리
기어간다

 


꿈꾸는 달팽이/ 李時明


<단단한 껍질을 버리지 않는 한
달팽이는 결코, 비상(飛上)할 수가 없다.>

오늘도 풀잎 끝에서
날아 오르고픈 꿈을 꾸지만,
발 밑에 차오르는 잿빛 두려움
멈칫거리며 마냥 시간만 갉아 먹는다

영악한 머릿골 정수리엔,늘
두 가닥 안테나 곧추세우고
하늘과 교신을 꿈 꾼다

발가락 풀끝에 깊게 박은 채,
허느적 걸음 느린 몸짓에
밤색 자폐증 깊히 앓는 달팽이

단단한 껍질을 벗어 던질 수 없는 한
결코, 날개는 돋지 않는다
비상(飛上)을 할 수 없는 거야

뙤약볕에 살이 익을까 봐
도전과 모험이 두려워
속으로만 웅크려 파고 드는, 너는
환골탈태(換骨脫兌)...
크게 죽어야 사는 까닭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꿈꾸는가?
하늘을 날고 싶은가?
습관처럼 웅크려 드는
네 이기적인 둥지를 버려라!

단단한 그 껍질을 벗지 못하는 한
다시 태어나도, 넌
달팽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야.

 

 

달팽이/박재동



불면 날아갈듯

건들면 터질듯

연민을 자아내는 동물이여



아마도 너의 촉수는

너무 예민해서

그렇게 행동이 굼뜬가보다



아마도 너의 영혼은

너무 맑아

세상 고초를 견디기에

버거웠나보다



그래서 너는 피하고

또 피하나보다

저 숨 막히는 햇볕 대지로부터


 

*** 종합 문예월간지 <시사문단> 05. 12월호 발표작품 ***



집 없는 달팽이 /松亭 신의식


어느 먼 기억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면
어둠이 하나씩 기침을 하고

초록으로 채워지는 삶에
내밀한 언어로
더듬더듬 농염을 꿈꾸며

위장된 정지,
벌거벗은 유혹으로
피안을 열어 가는데

갈바람 아우성,
철잃은 땡볕이
멈춤같은 더딘 걸음에 심술 걸어

달빛도 숨고 별빛 외로워
잘못 약속된
적막한 세상을 더듬거린다

 

 

달팽이 노래 /이 해인


비오는 날은
나를 설레게 해요

돌층계 위에서
꿈을 펼치다가
잎새에 묻은 빗방울도 핥으며
사는 게 즐거워요

동그란 집 속에
몸을 깊이 감추어도
마음은 닫지 않아요

언젠가는 풀기 위해
감아 두는 나의 꿈

넓은 세상도
사람들도
더욱 잘 보이는
비 오는 날

빗방울 끝에 맺히는
기도의 진주 한 알

미묘한 집 속에
숨어 살아도
늘 행복해요

 

 

달팽이 /이향아


아침 풀밭을 걷다가
달팽이를 밟았습니다.

크레카 부서지는 소리
흙발로 밟아
죄짓는 소리

우주의 천장이
내려 앉았습니다.

벗겨진 하늘
드러난 맨몸뚱이,
쏟아지는 빛이며 아우성이며
나는 춥고 어지러워
몸을 움츠리었습니다.

동서남북 어디로 갈까
그 자리에 눈감고
주저앉았습니다.

 

· : 달팽이
 
· 저자(시인) : 한분순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달팽이

한분순


한치의 힘도 없이
손 털고
나서 본 뜰에

남인지
동쪽인지
휘이휘
내젓는 허망(虛妄)

목숨이 그런 거라지만
말갛게 괴는
이 아픔.

 

 

· : 달팽이
 
· 저자(시인) : 배교윤
 
· 시집명 : 내 마음의 풍광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3년
 
· 출판사명 : 한국 문연
 
달팽이

배교윤


너는
참으로 엉뚱한 돈키호테로구나

등에 인 세간들 행여 다칠라
대낮도 어두워 어두워
성냥개비 불켜 들고
먼 먼 어디로
그 오오랜 떠돌이 길
지치지도 않는구나

하기야 그만한 그 만한 전세살이도 없지
없겠고 말고

 

 

 

 

 

 

· : 달팽이
 
· 저자(시인) : 김옥남
 
· 시집명 : 사랑은 그러하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1
 
· 출판사명 : 도서출판 일광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kon (6)
달팽이

김옥남


너의 등 뒤론
자신의 그림자뿐

지독한 고독을
등을 쓸듯 고요히
매만지고 있는 달빛

어차피 혼자인 건
마찬가진데
유독 고집하는
견고한 껍질

걸핏하면
침묵으로
어둠을 더듬으며

넓은 등이 차라리
눈물겨운 너

 

· : 달팽이
 
· 저자(시인) : 이경록
 
· 시집명 : 이 식물원을 위하여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79
 
· 출판사명 :
 
달팽이

이경록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 오직 떡갈나무의
그 울울한 숲속에 묻혀
달팽이는 지낸다. 한때를
이 얼마나 고적한 일인가.
언제나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연약한 두 개의 뿔로
나무와 나무의 줄기와 잎들을 더듬으면서
맹인처럼 두 개의 뿔로
나무와 나무의 줄기와 잎들을 더듬으면서
맹인처럼 살아가는 현대인.
이 얼마나 고적한 일인가.
그러나 암놈은 재빨리 몸을 움츠러뜨린다.
주위와 환경에 적응하고
행동을 규제하는
이런 점이 숫놈과는 다르다.
그들에게도 가벼운 사랑은 있는 것인가.
식사와 신문과 라디오와
한 잔의 커피와 막연하게 오후를 기다리는
그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는 것인가.
그러나 언제나 숫놈은 마찬가지다.
솟아오른 두 개의 뿔로 나무와 나무의
줄기를 더듬으면서,
한가하게 조금씩 기어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묻지 마라.
실크빛 연애나 언짢은 결혼
학문과 천재의 그런 것에서부터 기어나간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맹인처럼 더듬고 주의하며 살아가는 현대인.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 달팽이는
오직 떡갈나무의 그 울울한 숲속에 묻혀 지낸다.

 

 

· : 달팽이
 
· 저자(시인) : 황근식
 
· 시집명 : 幻想詩帖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9
 
· 출판사명 : 도서출판 둥지
 
달팽이

황근식

어디에 발붙이고 산들
한목숨 잇지 못할까마는
목숨만 붙었다고 사는 게 아니라며
잠까지 들쳐메고
평생을 떠돌았다.
별빛이 너무 멀어
풀잎 끝에도 가보았고
흐린 정신 깨우려
개울물에도 잠겼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수조차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
답답한 기도뿐.

 

· : 달팽이 - 주근옥
 
· 저자(시인) : 주근옥
 
· 시집명 : 감을 우리며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8
 
· 출판사명 : 시문학사
 
달팽이

주근옥


꽃창포 속에서
새끼 오리 부리 물고
놓지 않는 달팽이
   · : 우포늪 달팽이
 
    · 저자(시인) : 김내식
 
    · 시집명 : 그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출판연도(발표연도) : 09
 
    · 출판사명 : 청어
 
우포늪 달팽이

김내식

 
쭉 뻗은 고속도로
시속 120 키로 미터로 달려간 거기

우포늪 골풀 위에
우주의 이슬방울에 비추인 지구

달팽이 한 마리
기어간다

느린 것이


 

 · : 꿈꾸는 달팽이 / 李時明
 
    · 저자(시인) : 이시명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03.13.
 
    · 출판사명 : <한국문학 도서관> (http://smbach.kll.co.kr/
 
꿈꾸는 달팽이/ 李時明


<단단한 껍질을 버리지 않는 한
  달팽이는 결코, 비상(飛上)할 수가 없다.>

오늘도 풀잎 끝에서
날아 오르고픈 꿈을 꾸지만,
발 밑에 차오르는 잿빛 두려움
멈칫거리며 마냥 시간만 갉아 먹는다

영악한 머릿골 정수리엔,늘
두 가닥 안테나 곧추세우고
하늘과 교신을 꿈 꾼다

발가락 풀끝에 깊게 박은 채,
허느적 걸음 느린 몸짓에
밤색 자폐증 깊히 앓는 달팽이

단단한 껍질을 벗어 던질 수 없는 한
결코, 날개는 돋지 않는다
비상(飛上)을 할 수 없는 거야

뙤약볕에 살이 익을까 봐
도전과 모험이 두려워
속으로만 웅크려 파고 드는, 너는
환골탈태(換骨脫兌)...
크게 죽어야 사는 까닭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꿈꾸는가?
하늘을 날고 싶은가?
습관처럼 웅크려 드는
네 이기적인 둥지를 버려라!

단단한 그 껍질을 벗지 못하는 한
다시 태어나도, 넌
달팽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야.

2005.03.13.-[多勿]-

 

 · : 달팽이/박재동
 
    · 저자(시인) : 박재동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달팽이/박재동

 

불면 날아갈듯

건들면 터질듯

연민을 자아내는 동물이여

 

아마도 너의 촉수는

너무 예민해서

그렇게 행동이 굼뜬가보다

 

아마도 너의 영혼은

너무 맑아

세상 고초를 견디기에

버거웠나보다

 

그래서 너는 피하고

또 피하나보다

저 숨 막히는 햇볕 대지로부터


 
 · : 집 없는 달팽이
 
    · 저자(시인) : 신의식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12
 
    · 출판사명 : 종합 문예월간지 <시사문단> 05. 12월호 발표작품
 
*** 종합 문예월간지 <시사문단> 05. 12월호 발표작품 ***
         
         
         
          집 없는 달팽이
                                  松亭 신의식
         
         
          어느 먼 기억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면
          어둠이 하나씩 기침을 하고
         
          초록으로 채워지는 삶에
          내밀한 언어로
          더듬더듬 농염을 꿈꾸며
         
          위장된 정지,
          벌거벗은 유혹으로
          피안을 열어 가는데
         
          갈바람 아우성,
          철잃은 땡볕이
          멈춤같은 더딘 걸음에 심술 걸어
         
          달빛도 숨고 별빛 외로워
          잘못 약속된
          적막한 세상을 더듬거린다

 

 · : 달팽이
 
    · 저자(시인) : 한분순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 출판사명 :
 
달팽이

                한분순


 한치의 힘도 없이                 
 손 털고
 나서 본 뜰에

 남인지
 동쪽인지
 휘이휘 
 내젓는 허망(虛妄)

 목숨이 그런 거라지만
 말갛게 괴는
 이 아픔.

 

 · : 달팽이
 
    · 저자(시인) : 배교윤
 
    · 시집명 : 내 마음의 풍광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3년
 
    · 출판사명 : 한국 문연
 
달팽이

                            배교윤


너는
참으로 엉뚱한  돈키호테로구나

등에 인 세간들 행여  다칠라
대낮도 어두워 어두워
성냥개비 불켜 들고
먼 먼 어디로
그 오오랜 떠돌이 길
지치지도 않는구나

하기야 그만한 그 만한 전세살이도 없지   
없겠고 말고

 

 

   · : 달팽이 노래
 
    · 저자(시인) : 이해인
 
    · 시집명 :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3년
 
    · 출판사명 : 분도출판사
 
달팽이 노래

                          이 해인


비오는 날은
나를 설레게 해요

돌층계 위에서
꿈을 펼치다가
잎새에 묻은 빗방울도 핥으며
사는 게 즐거워요

동그란 집 속에
몸을 깊이 감추어도
마음은 닫지 않아요

언젠가는 풀기 위해
감아 두는 나의 꿈

넓은 세상도
사람들도
더욱 잘 보이는
비 오는 날

빗방울 끝에 맺히는
기도의 진주 한 알

미묘한 집 속에
숨어 살아도
늘 행복해요

 

 

   · : 달팽이
 
    · 저자(시인) : 김옥남
 
    · 시집명 : 사랑은 그러하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1
 
    · 출판사명 : 도서출판 일광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kon (6)
달팽이
 
              김옥남
 
 
너의 등 뒤론
자신의 그림자뿐

지독한 고독을
등을 쓸듯 고요히
매만지고 있는 달빛

어차피 혼자인 건
마찬가진데
유독 고집하는
견고한 껍질

걸핏하면
침묵으로
어둠을 더듬으며

넓은 등이 차라리
눈물겨운 너

 

  · : 달팽이
 
    · 저자(시인) : 이경록
 
    · 시집명 : 이 식물원을 위하여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79
 
    · 출판사명 :
 
달팽이

                      이경록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 오직 떡갈나무의
그 울울한 숲속에 묻혀
달팽이는 지낸다. 한때를
이 얼마나 고적한 일인가.
언제나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연약한 두 개의 뿔로
나무와 나무의 줄기와 잎들을 더듬으면서
맹인처럼 두 개의 뿔로
나무와 나무의 줄기와 잎들을 더듬으면서
맹인처럼 살아가는 현대인.
이 얼마나 고적한 일인가.
그러나 암놈은 재빨리 몸을 움츠러뜨린다.
주위와 환경에 적응하고
행동을 규제하는
이런 점이 숫놈과는 다르다.
그들에게도 가벼운 사랑은 있는 것인가.
식사와 신문과 라디오와
한 잔의 커피와 막연하게 오후를 기다리는
그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는 것인가.
그러나 언제나 숫놈은 마찬가지다.
솟아오른 두 개의 뿔로 나무와 나무의
줄기를 더듬으면서,
한가하게 조금씩 기어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묻지 마라.
실크빛 연애나 언짢은 결혼
학문과 천재의 그런 것에서부터 기어나간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맹인처럼 더듬고 주의하며 살아가는 현대인.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 달팽이는
오직 떡갈나무의 그 울울한 숲속에 묻혀 지낸다.

 

 

  · : 달팽이
 
    · 저자(시인) : 황근식
 
    · 시집명 : 幻想詩帖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9
 
    · 출판사명 : 도서출판 둥지
 
달팽이

                    황근식

어디에 발붙이고 산들
한목숨 잇지 못할까마는
목숨만 붙었다고 사는 게 아니라며
잠까지 들쳐메고
평생을 떠돌았다.
별빛이 너무 멀어
풀잎  끝에도 가보았고
흐린 정신 깨우려
개울물에도 잠겼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수조차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
답답한 기도뿐.

 

   · : 달팽이 - 주근옥
 
    · 저자(시인) : 주근옥
 
    · 시집명 : 감을 우리며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88
 
    · 출판사명 : 시문학사
 
달팽이

주근옥


꽃창포 속에서
새끼 오리 부리 물고
놓지 않는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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