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춤 // 김 용 관
그녀는 나의 여인이었다.
꼭꼭 씹은 말 숨기고 긴 겨울동안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 인고의 아픔이
목까지 차오른 눈물을 보이지 않고
나비와 더불어 청산에 꽃향기를 뿌리며
춤을 추자고 한다.
그녀는 나의 여인이었다.
녹색치마로 날 휘감고 둥실둥실 살고 싶어서
물오른 소녀의 웃음도 가소롭다고
맑은 호수의 영혼으로
바람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자고 한다.
몸도 마음도 붉어져
가까이 다가가기에 따가운 눈빛
절창絶唱을 뽑는 산새들을 모아
바스락 바스락 웃으며 박수를 치는 잎들
몸이야 구겨지고 찢어져도
한 점 후회도 없는 임이라면 그 아니 좋으랴.
그녀는 나의 여인이었다.
살다보니 세월의 때가 묻어
하얀 눈물로 춤이라도 추지 않으면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동지冬至 하늘
바람은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겨울밤 달을 보며 춤을 추고 있다.
201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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