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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개지네의 눈빛 달 뜬 산자락 빛바랜 산장 샤워 꼭지를 틀자마자 욕조 수챗구멍에서 허겁지겁 벨리 댄스를 추며 기어 나온 너는 참 운이 좋은 거야 임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저세상에서 멋진 환생을 꿈꾸고 있겠지 물바가지 타고 도톰한 손목 따라 어둠에 젖은 화단 모래밭 위 백억 년의 고독이 들어찬 백억 광년의 공간 속에서 독을 품은 수십 쌍의 다리를 풀어 놓고 가슴 누르며 한숨 몰아쉬는 너의 망설임은 너무나 감동적이야 저승 문턱에 휘청거리는 두 다리 걸치고 빠득빠득 버티고 있던 나처럼 그래, 우리는 반만년 전 따뜻한 별빛을 나누고 있는 거야 파랗게 빛나는 판유리 같은 너의 눈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상이 보여 늘 내 눈에 보이던 얼락배락 요지경 같은, 굴속의 뱀 같은 삶이 아닌 오월 훈풍이 누비는 세상 눈..
붉은귀거북 무더위 사막처럼 깔린 산비탈 언틀먼틀한 길바닥 간질간질한 눈빛에 둘러싸여 호들갑 떠는 풍경이 어지러운 듯 가만가만 휘둘러보는 거무튀튀한 등딱지, 긴 목, 좁쌀 같은 눈망울 은빛 출렁거리는 강에서 밑바닥을 기든, 물속을 헤엄쳐 다니든 흰 거품 몰아치는 수면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든 놀던 바윗돌에 머무를 것이지 왜 이 조붓한 산길에서 엉기적거리고 있는지 미끄러지듯 제멋대로 바뀌는 길 따라 후미진 두메를 걷고 있는 나처럼 푸른 물결이 차갑게 넘실거리는 바다보다 무욕의 땀 뻘뻘 흘리는 잡목 흐드러진 수풀땅이 더 좋다고, 황혼에 붉게 타오르는 자작나무 숲까지 어석더석한 바윗돌을 메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야 이젠 빙빙 도는 회전목마 위에서 내린 꺼벙한 어릿광대처럼 입가심 산뜻하게, 향수를 뿌릴 것 서나 앉..
석탄리 안터선사공원 주차장 정자, 마음씨 고운 최방식씨를 만나 픽업 서비스를 받았다. 덕분에 콜택시를 부르지 않고, 기다림 없이 출발할 수 있어 좋았다. 좁은 산길, 군데군데 진달래의 연분홍 얼굴이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나와 인연이 먼 대청호오백리길 14-2 구간,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 우시장삼거리, 야릇한 Y자형 삼거리,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점멸하고 있고, 앞에 가는 차가 우회전하려는 것 같아, 좌회전을 하는데 폭은 무척 넓은데, 바닥에 그어진 선은 대부분 지워지고 흙이 묻어 흐릿하다. 좌회전 유도 점선으로 착각하기 쉬워, 대부분이 차들이 길게 회전하여 진행한다(사고 후에 관찰). 나도 그와 같게 진입하여 직진방향으로 잠깐 진행하는 순간, 갑자기 측면에 부딛히는 소리가 들리며 차 앞머리가 왼쪽 유리창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미한 접촉사고이지만 경찰을 부르고, 보험회사를 부르고, 한 시간을 어지럽게 보내다 보니, 길을 걷기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힘빠진 발걸음으로 귀가를 했다. 세상사 모두가 난감하..
석양 속 봄빛은 어디에 깃들어 있을까? 봄빛 무르녹은 산동, 천년의 산수유 시목이 노란 꽃망울을 하늘 높이 흔들어 대고 있는 계척마을, 아늑한 곳에 앉아 취정이 도도하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들판엔 봄빛이 푸르게 덮여 가는데, 여울물같이 흘러간 젊음을 아쉬하며, 무상에 축축히 젖..
9구간 진걸 선착장에서 국원리 신촌식강가까지는 포장도로, 국원리 신촌 큰어마네민박 옆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마성산으로. 가는 봄비가 뿌리는 길, 맑은 공기를 들여마시며 발걸음은 가볍다. 임도 입구에서 술 한 나누고 약간 기울져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아름답다. 종점 바로 앞에 ..
안내면 습지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심촌교에서 출발, 체험마을 새터를 지나 세 갈래 길에서 안내 표시를 착각, 오른쪽 임도로 가야 했는데, 왼쪽길로 묘지를 지나 가파른 산길로 진입,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비탈길,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를 타고 가까스로 오른 봉우리, 다른 봉우리로 가는 길은 아득한 벼랑길, 다시 잡목숲을 뚫고 원점으로 복귀, 오른쪽 임도로 들어섰지만 도중에 탑산을 넘는 길을 놓치고 많은 거리를 우회했다.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허리는 시큰거리는데 장고개를 지나 은운리에 도착하니 버스종접 경로당은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다행스럽게 승객은 우리 둘 외에 아무도 없는 텅 빈 7시 막차, 버스 기사와 한담을 나누며 마음을 달랬다. 막걸리 한잔에 제육볶음 몇 점의 가벼운 점심 시간 외..
생거진천, 그 말대로 진천의 만뢰산, 싸늘한 초봄이지만 산속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안겨 준다. 3시간 정도 가벼운 등산 후, 산자락 아담한 식당 "산새" 에서 토종닭 맛이 일품이다.
승용차를 안내면 인포리 안내중학교 옆 화인마을에 주차하고 11시 25분 버스를 타고 안남면에서 하차, 안남면사무소에서 독락정을 거쳐 한적한 강변 따라 무심히 걷는 길, 금정골에서 원만한 등주봉 등산로, 정상의 산성에서 한 잔 술에 축축이 안까지 젖어, 햇빛 없는 봄날도 훤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