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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부치지 못한 편지 청산 / 강대환 문패 하나 없는 높다란 주소 창에 숨 죽이고 밤새 흔든 묵언을 보내면 수취 불명으로 허공속에 떠 다니다 허기진 그리움으로 텅 빈 가슴에 외로운 영혼 되어 어찌 빛만 남기고 오시는가 여린 가슴에 넘치는 사랑 다 주고 또 주고도 언제나 모자란 듯 그렇게 사시더니 심..
봄볕이 너무 좋아 오용수 스무 해 남짓 다닌 골목길이 봄볕에 문득 낯이 설어 여기가 어디더라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헛기침 두어 번 하고도 지금 어디를 가는 지 헷갈려서 어디, 그 어디쯤에 멈춰 섰노라면 내가 누구더라, 마치 타인 같은 생면부지 같은 기억상실증 그 참 회한한 일이여 다시 태어나..
봄볕을 굽다 고영 봄볕 좋은 날 네 식구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숯불 화덕에 석쇠를 걸쳐놓고 꽃삼겹살을 굽습니다 봄볕에 익은 아이의 볼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숯불 속에도, 꽃삼겹살 위에도 개나리 노란 꽃잎이 기분 좋게 피었습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담장을 타고 마을로 퍼지면 몸이 달은..
봄볕에 앉아 임명자 새순 돋는지 몸이 가렵다 손톱 위로 들꽃 핀다 메니큐어 냄새같이 후루룩 타버릴 봄날에는 텅 빈 자궁 속에 다알리아 뿌리 하나 심고
그대, 봄볕에게 정영자 멀리 변방에 와서 그대를 생각한다 많은 밤 속에 별빛으로 내리고 겨울나목 사이로 돌아가는 바람으로 와서 그토록 떨쳐버릴 수 없었던 그대는, 지는 봄에 아득한 그리움으로 피어나고 세세년년 좋아한다는 잔잔한 감미로움 더불어 오늘은 마음문 열어 그대를 찾는다. 신라땅 ..
봄볕을 주세요 - 새벽기도 1859 이영지 봄볕을 주세요 녜 꼭 쥐게 해주세요 들창이 봄창으로 바뀌게 해 주세요 바람을 말아주시고 안아줘요 미리 미
봄이 오는 소리 김 길 남 가던 겨울이 잠시 독기를 품는 가 했더니 살짝 모르게 모르게 봄을 내려 놓고 갑니다 들 판에 푸른 새싹 오르고 언덕 길 개나리 몽올 몽올 봄을 준비 합니다
봄이 오는 소리 박 얼 서/시인 섬마을 언덕진 파릇한 이랑을 따라 엄동 해풍과 맞서 싸운 푸성귀를 수확하는 아낙들의 웃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아직 춘설이 날리는데 장터에서 뱃머리에서 건설현장에서 성급한 여인의 옷차림에서 뼛속 깊이 파고든다는 봄바람은 악동의 심술처럼 매달린다 누군가 봄은 막혔던 물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겨우내 해탈을 견뎌낸 나무는 땅 속 깊이 빨대를 꽂아 샘물을 길어 올리고 봄 마중 나온 이들에게 고로쇠(水) 활력을 선사한다 고샅길 오가는 이동방송국 능청스러움이 더 살가운 아나운서들 "눈을 깜박깜박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싱싱한 갈치가 왔어요! 싱싱한 갈치!" 이 골목 저 골목 봄이 오는 소리 싱그럽다 "고물삽시다! 고물! 폐지나 고철! 고장난 컴퓨터나 텔레비젼도 삽니다!" 이 ..
내 마음에 봄이 오는 소리 정은아 창가에 스며드는 고운 햇살 한 줌 으로도 일상의 행복 가득 담은 하얀 미소로도 감출 수 없었던 마음의 그림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 소리에 무거운 빗장이 풀릴줄이야 겨우내 시려웠던 내 마음에도 이제 봄이 오려나 보다
봄이 오는 소리 손우석 근심이 너무 많았음을 대를 이어 천년을 쌓아온 걱정이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은 움츠린 진달래 꽃 봉오리 실핏줄에서 누군가가 우는 듯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나서부터입니다 꽃이 질 것을 염려하면서 제 피를 말리듯 돈이나 목매어 매달려온 탐욕 무엇보다 없이 돌아가신 어머니 영정 앞에서 오늘도 세습된 버릇처럼 생각이 많았습니다 시간이 필요했으며 사랑과 건강 배부른 게트림의 권태도 있어야했고 볶닥이며 잠들지 못하면서 불면을 걱정하고 바닥에 갈앉아서도 더 빠지지 않기 위해 두 손 모아 시름의 바다 위 부초로 떠돌다 되밀려 오곤 하던 후줄근한 모래 톱 늘 맑지 않은 핏대가 몰려 지끈대는 머리 속 매양 같기만 한 날 아직 찬바람 스미는 때 묻은 속옷을 뚫고 겨우내 얼었던 마음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