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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봄눈의 날개 양채영 천천히 날아 오르는 너의 흰 날개를 저 높은 영봉에서나 바라보이는가. 네 날아 오른 자리에 되살아나는 검붉은 흙과 푸른 보리싹, 뜨거운 지열地熱 한 오라기도 생금生金빛으로 닦여 있는 걸 알아차리는 이 힘겨움, 다시 바라보면 흰 두루마기깃에 스치운 이 산천의 정갈하고 매운 바람이 어느 구석틈엔들 움트지 않으랴.
봄눈 서지월 봄눈이 온다. 봄눈이 온다. 미친 봄눈이 괴나리봇짐 싸들고 실눈으로 온다. 와서는 이 세상 어디 배불리 먹을 곳 있느냐며 내 살던 고향의 산천을 뒤덮고 복사꽃 가지 끝에 와서는 풀어내는 거짓 향기 호오이 호오이 손 시리고 발 시리던 우리들 사랑 앞에 게으른 겨울잠 속에 빠졌다가 미나리꽝 새길 난 길 위로 봄눈이 순이의 물동이를 적시고 우리가 사는 이 거리 진흙 위에도 미친 바람과 함께 내린다 언 가슴 마른 풀잎 위에 싱싱한 바다 어제 우리가 지나온 길 위로 잽싸게 달려온 한파와 함께 봄눈 속에 네가 쓰러지고 내가 쓰러지고 일으켜 세운 하늘이 쓰러진다.
봄눈 하두자 날개를 돌려줘요 전나무 숲 사이 여기저기 멍울 남기며 푸르게 떠돌아도 어디에도 난 머물 수가 없어요 봄의 기달미은 생생하게 살아오는 하얀 꽃비늘이었다구요 알 것 같아요 이제는 은빛 나라 따라서 홀로 떠나야 할 길 난 날개를 달아야 해요 서릿발로 엮어진 내 날개를
봄눈 -정세훈- 님이 보내시는가 북망산으로 봄나들이 가신 님이 보내시는가. 꽃이 피어 아름답고 새가 울어 섧다는 북망산 봄소식을 폴폴 봄바람에 실어 보내시는가. 봄꽃이 좋아서 겨울날에 홀연히 떠난 님이 날더러 못 잊어라 보고 싶어라 하얀 눈물 펑펑 보내시는가. 아직은 아득한 겨울녘인데.
봄눈/염경희 목련 몽우리 위에 간밤부터 아침까지 소복이 쌓여 마른 나뭇가지마다 은빛 비춘다 고양이 한 마리 그 앞을 스치며 남긴 발자국 따라 나는 하얀 그리움 짓눌리지 않게 마음에 날개 달아본다 내 눈에 밟힐수록 더 포근히 다가오는 그대 눈빛 내 허물 덮어주는 그 사랑 앞에 나도 꽃처럼 피어..
春 雪 정 지 용 문 열자 선뜻 ! 먼 산이 이마에 차라. 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