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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봄이 오는 소리 심 의 표 살랑거리는 봄바람 타고 휘날리던 연분홍치마자락 지금은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가. 달래랑, 냉이랑 쑥부쟁이 파릇파릇 숨을 고르고 나물캐는 봄 처녀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앞산 아지랑이 소근거리는 소리만 들리네.
봄이 오는 소리 권규하 얼어붙은 몸둥이에 좁은 어깨를 움추리고 펴야했던 그 해 겨울은 한없이 결빙되어 설각(雪殼)을 이루었다 곱디고운 설경(雪景)뒤에 감춰진 그 거친 숨결으로 힘겹게 한절기를 생영(生榮)하였구나 설(雪)따라 안(顔)으로 깊어가는 골은 이내 흐르는 눈물로 노고를 치하(致賀)하고..
노을이 지는 강가에서 윤영초 강물에 비추인 노을은 너의 눈빛 출렁이는 물결은 너의 음성 아픈 마음은 깊은 눈빛만 보아도 푸른 물결만 보아도 씻은 듯 안정이 됩니다. 그러나 노을이 다가와 손을 잡으며 강물로 자꾸만 이끄는 것은 샘물처럼 눈물을 퍼 올리게 하는 것은 내 가슴에 뿌리내린 당신의 ..
노을로 타는 저녁 강에 앉아서 정재영(小石) 그냥 앉아서 울기만 하였지요 떨어지는 뜨거운 덩어리 가슴을 타고 넘어서 무릎으로 흐르고 있었지요 마른 눈물 천천히 발등에 떨어지자 눈물이 눈물이 새들 떠난 하늘 아래 나룻배처럼 흐르니 그것은 가슴에서 솟아 나온 저녁 노을에 타는 붉은 흐름이었..
산골 아이 목필균 누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을까 약속도 없이 태어난 곳이 산골인 것을 열두 구비를 오르는 산골 화전 터에 어쩌다 들리는 외지 손님들 말붙이다 정들면 떠나는 것이 아픔이라고 반가운 인사보다 눈 먼저 흘기고 헤어짐엔 투정 같은 심술로 인정을 차버리는 여섯 살 *우구 제 그림자 친..
윤덕명 맑은 새암 사철 흘러 넘치는 이끼낀 돌담 우물가 물깃는 아낙네들 정겨운 언어가 꽃핀다 안개낀 새벽녘 운해되어 흐르는 밭 이랑가에서 소 한 마리 꼬리치며 머언 산 바라본다 훈훈한 인정이 사립문에 송알이는 두메산골 초가집 박넝쿨 황혼빛에 영글어 간다.
박목월 산술책을 바로 세우면 하얀 산골이 되지요 이 산골에 새가 울지요 이 산골에 산울림이 울리지요 구구구구 九九九 비둘기가 울지요 이삼 二三 二三 매암이가 울지요 팔팔팔 八八八 호랑나비 날아가고 산골물 둘둘둘 산골물 둘둘둘 산울림 둘둘둘 듣다가 아기는 꼬박 잠이 들지요
박천서 산골짜기 오두막 저녁밥 짓는 굴뚝연기 해는 서산에 올라서서 누구를 기다리나 품앗이 삯으로 얻어든 당신 좋아하는 고등어가 한손 줄에 묶여 바다 그리워 뱅뱅돌고 산 까치는 머리위에 둥지찾아 날아갈제 탁주마신 객기에 베적삼은 벗어 어깨에 걸머지고... 저만치 기다리는 각시 주름많은 ..
서지월 내 첫사랑 여자의 외가집 산길에 밤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으러 갔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밤소쩍새 두 마리 울음소리가 달도 희미한 소나기 그친 밤 번갈아가며 울어대는 그것이 어쩌면 너와 나는 맺을 수 없었던 첫사랑 흔적이었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라고, 두 마리가 날아와서 비밀리에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