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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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내 첫사랑 여자의 외가집 산골의 밤소쩍새 울음소리

연안 燕安 2011. 3. 9. 00:35

서지월


내 첫사랑 여자의 외가집 산길에
밤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으러 갔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밤소쩍새 두 마리 울음소리가
달도 희미한 소나기 그친 밤
번갈아가며 울어대는 그것이 어쩌면
너와 나는 맺을 수 없었던 첫사랑 흔적이었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라고,
두 마리가 날아와서 비밀리에 비밀리에
이 개울 물들이고 이 산천 울려주는 단짝이 되어
연거푸 주고받는 입맞춤의 소리 같았습니다.
서로 다른 집에서 곤히 돌아 누운지 오랜 밤
맨발의 마음은 천리를 가듯
그들끼리 속삭이는, 부르짖는, 디딜방아를 찧는
진한 물감의 소리는
내 첫사랑의 여자 그녀와 나 둘만이 아는
통정(通情)의 화음 아닐런지요.
못물도 한 채 고여 있어
깊숙이 패어진 골짜기에는 꼭 그녀의 가려진
몸뚱아리 같이 온갖 풀잎이 밤이슬에 젖고 있었습니다.
젖어 흥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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