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내 첫사랑 女子의 외가집 산골의 詩의 축제 분위기 본문
서지월
내 첫사랑 女子의 외가집 산골에는
요즈음 뭇새들이 울어
밤낮 할 것 없이 피어나는 뭇꽃들과 함께
그게 바로 「詩의 축제」분위기입니다.
땅 위에서는 꽃들이 시를 쓰고
공중에서는 새들이, 써놓은 시를
읽는 것과 다름없는 형국이니까 말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희미한 밤안개가 피어날 때 봄부엉이가
진달래꽃 피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두견새가
보라 등빛 칡꽃과 산딸기가 붉게 익을 때쯤 해서는
뻐꾸기와 구구구 산비둘기……
금강초롱 숲길 밝히는 대낮에는 울새가
영 넘어 갈려고 휘파람 굴리고
달맞이꽃 피어 있는 부연 달밤에는 어디선가
절구방아 찧는 누님과 어머님의 절구소리 같은
쏙독새소리 그리고 불 밝히는 소쩍새 울음들이
달 없는 깜깜한 밤중에는
눈 코 입 귀 하나도 보이지 않는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시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윤동주 김소월 정지용
김영랑 서정주 박목월 조지훈 같은 이들이
이미 써놓은 시를 영혼의 새소리로
각기 다른 분위기의 시간에 맞추어
들려주는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