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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스치는 모든 것이 다.바람이려니. 詩/강 재현. 시낭송/유 현서 눈에 보이지 않는 허공의 바람을 그 누가 탓하리오 스치는 모든것이 다 바람일 뿐일진대 소리도 없이 왔다가는 인연의 끝을부여잡고 가슴에서 지어진 한을 풀어헤치면 생과 사 그 질긴 끄나풀도 놓아지리니 바람으로 와서 바람으로 흩어질 우리네 헛된 인생살이 육골진토 되어 남는 건 사랑 한 줌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돌아갈 여보게,미련한 사람아 가슴 속 사랑을 파먹고 살다 가야하네 바람 부는 날 정 명 숙 바람을 앞선 한줄기 파장은 수백 킬로미터를 내달려와 기상레이더에 점점이 전파의 선을 긋고 흔들리고 뒤엉켜 떠밀려오며 무엇 제대로 하나 풀지 못하는 손 파란 핏줄기 돋아 휘젓고있다. 구름은 하얀 달빛을 가르다가 바다의 풍랑으로 휘돌다가 사막 가운데..
매화 정 은 정 시조시 누가 울어 저리도 아프게 하였을까 오늘은 누가 웃어 터질 듯한 몸짓일까 차가운 겨울자락을 무엇으로 이겼을꼬 흰빛으로 단장하고 마음을 씻고 있는 향기마저 여물어 먼 곳까지 싱그럽다 내 맘에 묵은 망상도 한결 풋풋하여라 매화(梅花) 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홍매화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들 풀 정 삼 희 논두렁 양지바른 곳에 살포시 삐져나온 내 이름은 애달픈 들풀 행여 들꽃 한아름 피어나면 눈 맞추고 친구되어 어둠 속 노래하는 개구리들의 휴식처가 되리 진정 너 이름있는 꽃이라 자랑하려거든 난 이대로 이름없는 들풀이 되리 들풀 연가 임희구 파릇한첫싹이피어오를땐 나도장미꽃같은꽃잎인줄알았어요 턱밑으로깔리는 팍팍한들판을보면서 그때야뜨거운눈물을삼켰지요 꽃은무슨, 세상에나같은것도살아지네요 마른들에서살다보니 가슴도메말랐죠 불타는여름한낮 타죽을지말라죽을지 몰라요맥없이지쳐땅바닥에주저앉아 빼도박도못하는나라는걸알아버린 이지독한오기는또무슨그리움인가요 이몸 이가슴에도 사랑이꽃피던날들이있었죠 살터지도록사랑한세상 팍팍한들판에서 남몰래가슴패일날들이더많겠지만 삶이란게별거던가요 온천지사방 미친듯달려드는바람과 여름한낮찌..
들 풀.1 정민호 한 알의 씨앗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너는 한 알의 씨앗에 불과했다. 생명의 작은 호흡을 안으로 닫아걸고 긴 겨울 동안 뜨거운 꿈으로 살아 왔었다 인내의 흙 속에서 그려보는 푸른 하늘과 바람과 별빛을 꿈꾸며 조용한 시간의 기다림 속에서도 자연의 語法으로 구름을 노래하고 있었다. 작은 꼬리가 바람의 움직임 따라 날아라, 날아라, 날아 올라라 풀 씨의 까만 날개로 날아올라 천리를 떠도는 그 욕망의 바다를 건너 이 벌판 작은 길섶에 날아 앉아라 앉아서, 그리운 꿈을 익히는 벌판에 흙 냄새 맡으며 죽음처럼 기다리는 길고 긴 밤은 날개를 펴고 있다. 빛나는 목숨이 차가운 땅에 묻혀 위대한 철학도 없는 가난한 생명들이 삼동을 내리는 눈발로 덮여 오직 빛나는 사랑의 계절을 위해 너는 돌멩이처럼 놓여져야..
들풀 1 -순수 이지영 갇혔던 들풀 하나가 탈출을 시도한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가슴이 뛰고 날이 조금 밝아도 얼굴이 붉다 가랑비에도 따라 울고 달 밝은 밤에는 심장도 뛰고 마침내는 산으로 바다로 길을 떠나 돌을 만난다 돌에 안긴다 생각하는 갈대도 싫구나 어느 날 바람처럼 머언 여행을 시작하고 훨훨 나는 나는 자유다 무작정 뛰쳐나와 풀밭에 뒹군다 오랜 세월 흐른 후 들풀은 어쩔까 맥없이 하얗게 주저앉아 지금의 푸르름을 기억하겠지 가을,겨울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푸르름을……. 들풀 2 -탈출 이지영 쳐다만 보던 하늘을 온통 가슴 안에 품어본다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들풀의 하늘 잠재워야만 했던 외로움의 탈출 어둡고 추운 통로를 지나 바람 부는 언덕 느티나무와 춤추다 보랏빛 들국화와 들길을 걷다가 쪽빛 하..
봄비 박금숙 토닥토닥 빗소리 낮은 음성이었구나 마음속 쌓인 먼지 털어주는 그대의 속삭임 같은 아롱아롱 빗방울 맺힌 사랑이었구나 마른 어깨 촉촉히 감싸주는 그대의 눈빛 같은 어느새 뚝, 짧은 미련이었구나 손놓고 가버린 그대의 희미한 발자국 같은 그랬구나. 그리움 걷어들이지 못하고 서성이..
봄비 내리면 . 심 의 표 <Ⅰ> 솔숲에 이는 바람 안산 구름 휘몰아 봄 비 내리면 헐벗은 푸나무들 영혼을 흔들어 온 몸에 자맥질하고 보석 줍는 나그네인양 유유히 환상의 노래 부른다 <Ⅱ> 해맑은 수정 알 잎 새 가득 구르면 못다 나눈 이야기꽃 모락모락 피우고 물보라 진한 피 한줄기 수액 쏟..
편지 안숙현 꽃은 나무에만 피지 않는다 그리움 있는 가슴에도 꽃은 피나니 향기 피나니 저마다 사랑하나씩 묻고 사는 세상 흔들려도 빛나는 것은 촛불뿐인데 하나의 촛불로 살아가며 촛농처럼 흐르는 그리움 네가 그리운 날은 촛불을 켜고 흔들리는 소식이라도 전하고 싶다
분홍 편지지 이승희 나 그대에게 하고픈 말 많지만 깊이 숨긴 채 꼭 한 마디만 적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그대 처음 보던 날부터 셀 수 없이 말했지만 혼잣말이었기에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고운 편지지에 `사랑해요.` 한 마디만 적고 싶습니다. 그대의 마음에 닿는 날 내 진실 알아 주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