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모음

봄볕이 너무 좋아

연안 燕安 2011. 3. 18. 07:59

봄볕이 너무 좋아

 

                       오용수

 

스무 해 남짓 다닌 골목길이

봄볕에 문득 낯이 설어

여기가 어디더라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헛기침 두어 번 하고도

지금 어디를 가는 지 헷갈려서

어디, 그 어디쯤에

멈춰 섰노라면

내가 누구더라,

마치 타인 같은

생면부지 같은 기억상실증

그 참 회한한 일이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봄볕이 너무 좋아

좋아서, 티도 흠도 없는

해맑은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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