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가을 편지 본문
가을 편지
박후식
낙엽이게 하소서
태울 것 다 태워버린
줄 것 다 주어버린
가을에는
한 잎 낙엽이게 하소서.
동구 밖 서녘을 우는
한 마리 송아지
가을에는
그 눈 가득히 흐르는
구름이게 하소서.
아직 들에 있는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 들게 하시고
이제 막 불을 댕기는 아낙에게는
당신의 은혜로
구들을 지피게 하소서.
밤 깊어
산이 차가울 때는
달빛 층계를 사색케 하시고
종이배처럼
눈을 젖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