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봄이 오는 소리 본문
봄이 오는 소리
박 얼 서/시인
섬마을 언덕진 파릇한 이랑을 따라
엄동 해풍과 맞서 싸운
푸성귀를 수확하는 아낙들의 웃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아직 춘설이 날리는데
장터에서 뱃머리에서 건설현장에서
성급한 여인의 옷차림에서
뼛속 깊이 파고든다는 봄바람은
악동의 심술처럼 매달린다
누군가 봄은
막혔던 물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겨우내 해탈을 견뎌낸 나무는
땅 속 깊이 빨대를 꽂아 샘물을 길어 올리고
봄 마중 나온 이들에게
고로쇠(水) 활력을 선사한다
고샅길 오가는 이동방송국
능청스러움이 더 살가운 아나운서들
"눈을 깜박깜박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싱싱한 갈치가 왔어요! 싱싱한 갈치!"
이 골목 저 골목
봄이 오는 소리 싱그럽다
"고물삽시다! 고물!
폐지나 고철!
고장난 컴퓨터나 텔레비젼도 삽니다!"
이 골목 저 골목
묵은 겨울 발빠르게 걷어들이는
봄이 오는 소리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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