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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시에문학회》2014년도 하계 정기모임, 반년간지 『시에티카』제11호 및 회원 저서 출판기념회가 대전시 <보문산성> 식당에서 열렸다. 모두가 살갑고 따듯하다. 자리는 늘 사랑과 우정이 넘쳐흐르고 흥겹다. 모임 후엔 가슴이 충만하고, 삶의 발걸음은 가뿐가뿐하다. 몇 년만에 온 노..
지리산둘레길 걷기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다. 한 주에 한 구간, 갈 때마다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13구간 하동읍-서동, 하동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리산둘레길에 가는 대신 걸어서 가는 길, 제쳐 두고, 14코스 대축-원부춘을 걸었다. 거리 8.6km, 예상시간 4시간 30 분 정도, 우습게 생각했는데, 3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오른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하동읍 악양면 대축리 대축마을에서 시작하여 박경리가 쓴 '토지'의 연속극에 나오는 평사리 들판을 지나 형제봉 능선을 지나 숲길로 이어져 있다. 토지의 촬영 세트 최참판과 평사리 문학관은 구경할 만하다.
해후 바다 건너 먼 곳에 사는 여자 신기루처럼 찾아왔네 삼십 년을 울긋불긋 타오르던 숲 속 아름드리나무는 잿빛에 젖어 지금도 그 자리에 젖버듬히 서 있는데 남쪽에서 불어오는 열풍처럼 붉은 단풍잎 같던 사람 이미 떠난 지 오래네 달 없는 한밤 시름에 젖던 그는 어디에도 없네 은행..
석양의 시간 땅거미 기어드는 숲에서 지친 다리 절름거리며 세월을 거슬러 보는 것이나 거침없이 물드는 황혼 속에서 나무와 돌처럼 어스름에 취해 밤을 잊거나 별밤 호수에 출렁거리는 흙탕물처럼 까마말쑥하거나 어깨 벌어진 간호조무사가 뚜벅뚜벅 걷는 복도처럼 어둡게 흔들리는 ..
담배 심부름하던 아이가 중년 여인이 되었다. 처음으로 장만했다는 집, 한여름이지만 가슴이 뛰는 집들이는 무덮지 않았다. 5년 동안 노력했던 것, 모두가 좋은 결실을 맺어 마음이 편안했다. 세월은 산굽이를 휘감아 굽이치는 강물처럼 절벽을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다가 평온의 바다에 이른다. 입학과 출산, 시험과 학점 취득, 학위 논문과 심사, 졸업과 복직, 모든 것이 아득한 벼랑처럼 다가왔겠지. 화성시, 개미굴 같은 아파트의 한 귀퉁이에서 장난감을 만지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외손자와 손녀의 모습이 가슴에 깊이 들어왔다. 박사학위 취득한 딸에게 내가 선물한 물푸레나무 운동기구, 가족처럼 반갑게 웃고 있었다. 이웃 아파트의 연못과 정자가 발길을 끌어 당겼다
윤의섭(1968년 ~ )은 시인이자 대학 교수. 1968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아주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제7회 「..
몸살을 앓고 난 후, 보름 동안 쉬었지만 몸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어제 저녁 오정문학회에서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새벽 4시에 기상, 2시간 정도 써 놓은 시를 다듬고, 오전 7시 20분에 출발, 오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대축에 10시 도착, 버스로 하동읍까지, 택시로 삼화실까지, 11시 20분부터 걷기 시작하여 5시 40분까지 6시간 40분 동안 17km를 걸었다. 그늘이 없는 뜨거운 임도는 사막 여행을 연상케 했다. 쏟아지는 땀, 흥건히 젖은 등산복, 찌는 듯한 열기. 왜 이렇게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가. 해답은 집에 돌아온 후 얻게될 것이다.
개들과 함께 걷는 뒷산 오솔길, 두 여인의 호기심 어린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산꼭대기의 중간 높이가 되는 능선 길에 손바닥만한 거북이가 어기적거리고 있었다. 누가 버리고 갔나? 아니면 수족관을 탈출해서 올라왔나? 이 산 속에서 살고 있었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없어야할 곳에 있다는 사실은 무수한 의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