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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이이체 시인(본명:이재훈) 1988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2008년 《현대시》에 〈나무 라디오〉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죽은 눈을 위한 송가』(문학과지성사, 2011)가 있음.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휴학중. -이산(離散)/이이체- 나비의 날개에서 봄이 접힌다. 휘몰아치는 나선계단의 말미에 붉게 빛나는 대문이 있다. 등(燈) 대신 피를 밝혀놓은 문설주, 바닥엔 낮잠을 깨운 기와가 즐비하다. 열린 문틈으로 노랗게 익은 마당이 펼쳐지고, 원근법으로 늘어진 시절이 덩그러니 누워 있다. 지붕 아래 과년한 나무들을 베어 지은 툇마루에 기녀들이 앉아 꽃잎들이 날아가는 쪽으로 눈길을 흘린다. 가장자리에서 가만히 타오르는 무화과나무, 불꽃이 몰래 살고 있는 나무의 후생이 푸르게 타오른다. ..
김지녀 시인 1978년 경기도 양평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7년《세계의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시소의 감정』. -큰 파란 바람의 저녁/김지녀- 바람은 쉽게 땅에 발을 내려놓지 못하고 달아난다 강을 지나 일 년 내내 눈 쌓인 계곡을 지나 그러나 간단하게 뭉쳐지는 구름들 사이로 무섭게 직진하고 있는 태양의 기둥을 지나 벽을 뚫고 천년 전에 만났다 헤어진 사람의 눈동자를 핥으며 지구를 만년쯤 돌고 있는 바람이 이마에 와 닿을 때 국경을 넘어온 얼굴처럼 얼어있는 저녁을 바라볼 때 나는 기둥, 이라는 제목의 나무 활엽으로 침엽으로 옮아가는 숲의 그늘 절벽 위에 서 있으면 어느 고원을 떠돌다 사라진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맴돈다 입술 튼 바람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전진하거..
주하림 시인 1986년 7월 10일 (만 28세), 전북 군산시 | 호랑이띠, 게자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 졸업 2009년 창비가 주관하는 제9회 창비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3년 3월 첫 시집 《비버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을 출간했다. 레드 아이 무릎에 생긴 멍이 어느 날 눈동자가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도중 엄마의 남자와 작은 목소리로 다툰 날이었고 결혼을 앞둔 남자가 폭염을 만들어 낸 날이었습니다 어둠이 원치 않은 곳에서 서서히 눈 뜨는 동안 싸움을 말리던 아버지가 멜빵차림 어린애로 변하고 친구가 나의 미래를 헐뜯다 떠났죠 마을 뒤 작은 언덕을 끝없이 달리고서야 눈의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동네안과에 찾아가 피가 뚝뚝 흐르는 무릎을 올려놓습니다 입이 세 개인 것보다 낫지 않나요 당..
박연준 1980년 서울 출생.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 창비, 2007. 박연준(27)은 2004년 시 '얼음을 주세요'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선명한 인상을 주며 데뷔한 시인이다. "이제 나는 남자와 자고 나서 홀로 걷는 새벽길/여린 풀잎들,기울어지는 고개를 마주하고도 울지 않아요 (중략) 추억은 칼과 같아 반짝,하며 나를 찌르겠죠/그러면 나는 흐르는 내 생리혈을 손에 묻혀/속살 구석구석에 붉은 도장을 찍으며 혼자 놀래요('얼음을 주세요' 중) 선정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자기 부정의 갈래길을 보여준 시인의 탄생을 지켜본 지 3년. 1980년 생이라는 출생년도가 말해주듯 그의 첫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창비)은 ..
이지호 시인 1970년 충남 부여 출생 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2011년《창작과비평》신인상으로 등단 -읍소하는 남자/이지호- 한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네 한 남자는 손을 맞잡고 연신 조아리고 있네 날개를 접고 지상에 내려앉은 비둘기. 아이가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먹고 있네 흔들리는 목적이 있어야 접었다 폈다 하는 날개가 있네 간절함이 가득 묻어 있는 손 불안한 손바닥끼리 맞잡고 있네 맞잡는다는 것,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네 기울어진 중심점은 비굴함 쪽으로 기울어져 있네 상대의 열려 있는 틈으로 사내의 비굴함이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네 또르르 떨어지는 나뭇잎에 펴졌던 날개의 기억은 날아가고 휘휘 젓는 아이 손에 눈치만 보고 있는 날개 얼음도 녹일 것 같은 뜨거움이 손에 가득하네 축축한 ..
정선 (정경희) 시인 전남 함평에서출생. 전남대 국문학과 졸업. 2006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천년의시작, 2010), 에세이집 『내 몸 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가 있음 . 201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6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정선 시인의 첫 시집 -상처의 치유 혹은 번짐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정선 시인의 첫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는, 그녀 속에 웅크리고 있던 오랜 기억과 감각과 충동들이 매우 선명한 물질적 구체성을 가진 채 펼쳐지고 있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정선 시인은 “상처가 날개가 되도록/(…)/누가 나를 때려다오”(「타작」) 같은 언명을 통해, 오랜 기억 속에 깃들여 있던 ‘상처’들이 자신의 존재론적 근거를 이..
박성준(1986년 ~ ) 서울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 2009년 제9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 2013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수상 시집 《몰아 쓴 일기》(문학과 지성사 2012) -시커먼 공중아, 눈가를 지나치는 혼돈 같은 교감아/박성준- 창; 꿈의 건조를 위하여 창문을 열고 혀를 내민다 사랑하는 입술이 입술로부터 넘쳐, 입술밖에 없는 얼굴 입술 바깥에만 있던 얼굴 얼굴을 열어야 했다, 사랑도 없이 내 혀는 늘 실망을 대비하기 위해 젖어 있었지만 나에게 실망한 나는, 착해 본 적이 없어 혓바늘을 스치며 바람이 빳빳해진다 햇빛도 없이 자라 온 살갗의 안쪽은 붉고, 하얗고, 마른 혀에 깃든 체중 혀는 돌처럼 중력에 의해 떨어져야만 하지만 그 깊이는 참 ..
'가탄-송정' 구간 정보 거리 : 11.3km, 예상시간 : 6시간 30 분, 난이도 : 상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탑리 가탄마을과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송정마을을 잇는 11.3km의 지리산둘레길. 하동에서 구례를 넘나들었던 작은재가 이어진 길이다. 대부분 숲속길이라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긴다. 이 길 역시 섬진강과 나란히 뻗어 있어 시야가 트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섬진강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이지만 숲과 강이 있어 상쾌하다. 깊은 산골이지만 걷다가 자주 묵답을 만나게 된다. 이 깊고 높은 산골까지 들어와 농사를 지어야 했던 옛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느낀다. 목아재에서 당재로 넘어가는 길은 옛날 화개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고 연곡사와 피아골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구간별 경유..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쓸데 없는 걱정, 13.5km 구간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하늘호수 카페, 야생화에 둘러싸인 허름한 집, 본디 원두막으로 지은 것, 지리산둘레길이 이곳을 지나가게 되어 쉼터 카페로 개조했다고 한다. 서울 태생인 주인, 충청도 예산에서 10년 넘도록 살다가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발 씻어라고 맑은 물 가득한 물통과 깨끗한 수건을 가져왔다. 인심도 후하고 전망도 좋은 곳에서 맛 좋은 안주에 술 한 잔 곁들일 때 만족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깊은 숲길, 산기슭에 펼쳐 있는 차밭, 한여름 불볕 아래 7시간 동안 땀 쏟으며 걸었던 하루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주인이 손수 만들었다는 나무의자,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원부춘-가탄' 구간 정보 거리 : 12.6km, 예상시간 : 7시간 30 분, 난이도 : 상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마을과 탑리 가탄마을을 잇는 12.6km의 지리산둘레길. 지리산 고산지역의 길들을 걷는 구간으로 화개골 차밭의 정취가 느껴진다. 곳곳에서 차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바지런한 손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한다. 화개천을 만나는 곳에서는 하동의 십리벚꽃길도 조망할 수 있다. 임도, 숲속길, 마을길이 고루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다. 가탄에서 출발한다면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쉬엄쉬엄 오르면 부담 없다. 형제봉 임도삼거리와 헬기장에서는 지리산 주능선들이 굽이굽이 치마폭처럼 펼쳐진다. 구간별 경유지 원부춘-형제봉임도삼거리(4.2km)-헬기장(1.1km)-중촌(1.7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