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오정문학회 8월 모임 - 시에 대한 열정과 갈등이 춤추는 자리 본문
윤의섭(1968년 ~ )은 시인이자 대학 교수. 1968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아주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제7회 「애지문학상」(시부문)을 수상했다.
약력
199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1994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9년 제7회 「애지문학상」(시부문)을 수상했다.
수상
2009년 제7회 「애지문학상」
저서
시집으로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문학과지성사, 1996)
《천국의 난민》(문학동네, 2000)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문학과지성사, 2005)
《마계》(민음사, 2010)
연구서는
《시간의 수사학》(한국학술정보, 2006)
꿈속의 생시
내가 이 해안에 있는 건
파도에 잠을 깬 수 억 모래알 중 어느 한 알갱이가 나를 기억해냈기
때문 이다
갑자기 나타난 듯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점점 선명해지는 수평선의 아련한 일몰
언젠가 여기 와봤던가 그 후로도 내게 생이 있었던가
내가 이 산길을 더듬어 오르는 건
흐드러진 저 유채꽃 어느 수줍은 처녀 같은 꽃술이 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녀지를 밟는다
꿈에서 추방된 자들의 행렬이 산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문득
한적한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바다는 계속해서 태양을 삼킨다
하루에도 밤은 두 번 올 수 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나는 생의 지층에 켜켜이 묻혔다 불려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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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인연설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군가의 기억에 의해, "유채꽃"의 꿈에 의해 그대가 여기 온 것은 아닌가.
시공의 아득한 인연을 통과하여 이곳에.
혹은 틀에 짜여지지 않은 시간의 그물망속에 그대가 선뜻 다녀가는 것은 아닐까.
이 시가 개념과 공간을 넘어 상념의 방랑을 우리에게 허락한다.
<신지혜 시인>
구름의 율법
파헤쳐 보면 슬픔이 근원이다
주어진 자유는 오직 부유(浮遊)
지상으로도 대기권 너머로도 이탈하지 못하는 궤도를 질주하다
끝없는 변신으로 지친 몸에 달콤한 휴식의 기억은 없다
석양의 붉은 해안을 거닐 때면 저주의 혈통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언제 가라앉지 않는 생을 달라고 구걸한 적 있던가
산마루에 핀 꽃향기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산새의 지저귐으로 때로 물들지만
비릿한 물내음 뒤틀린 천둥소리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한 떼의 무리가 텅 빈 초원을 찾아 떠나간 뒤
홀로 남겨진 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혹은 태양에 맞서다 죽어가고 혹은
잊어버린 지상에서의 한 때를 더듬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간다
현생은 차라리 구천이라 하고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살지 못하는 중천이라 여기고
부박한 영혼의 뿌리엔 오늘도 별빛이 잠든다
이번 여행은 오래 전 예언된 것이다
사지(死地)를 찾아간 코끼리처럼
서녘으로 떠난 무리가 어디 깃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성소는 길 끝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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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감상>
인간은 구름과 같은 것. 우리가 여행 와 잠시 머무르는 이승의 분분한 시간.
우리 사는 곳이 곧 천지간 부유하는 저 구름과도 같은 중천세계임을 이 시는 갈파한다.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살지 못하는' 바로 그 세계.
저 구름의 삶이, 생겨났다 소멸하는 인간의 궤적과 속성을 여실지견(如實之見)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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