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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언젠가 뽕나무 한 그루가 개 우리 안으로 들어왔다. 무심히 낫으로 베어버렸는데도, 고개를 들고 푸른 잎을 내밀어 살려달라는 듯, 마음이 약한 나는 그 자리에 그냥 놔두었다. 몇 년이 지난 후, 그 녀석은 나에게 즐거움과 풍요로움을 안겨주었다. 자연에겐 배신이 없다. 동탄으로 입양 간 마둥이가 업둥이로 들어왔던 옛 삶의 터전을 찾아, 뽕나무 그늘에서 옛날을 더듬고.... 오랜만에 마롱이와 해후도

햇살 내리쪼이는 오월, 피어난 꽃이 화려하게 웃고 있다. 사정 안으로 침투한 두꺼비, 무엇을 찾아서? 죽음뿐이 더 있겠는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목숨은 건졌으니까! 궁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성천 냇가 따라

지구의 온난화로 여름이 되어버린 5월, 따가운 햇볕 아래 초록이 눈부시다. 정자로부터 정상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이다.

답답한 코로나 속에서, 개 우리 안에 호박 넝쿨 지지대, 봉 지지대 12개 26,000원, 넝쿨 아치 20,000원, 파이프6개 120,000원, 철망? 호박 구덩이 2곳, 다섯 그루에 몇 개나 열릴까?

오랜만에 산을 내려오면서 푸른 잎들 사이로 쏟아지는 석양빛을 보았다. 어지러운 몸으로 드러누워 바라본 하늘이 참 좋구나. 부활의 기쁨에 젖어.

유성궁도장에서 산을 넘어 천변 따라 걷는 길에 꽃은 발그레 미소 짓고 있는데.................. 바위 곁에 뿌리를 내리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단풍나무, 크기가 자라면 몸무게 때문에 쓰러지겠지.

구암사 임도길, 옛 직장 같은 연구동에서 오랜 세월 함께 지낸 사람들이, 답답한 코로나 속에서 열렬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며 맑은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켜며 초록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채희만 박사, 이용희 박사, 정재철 박사, 나와 조동래 박사, 5인의 산책로엔 웃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지난 11월 건양대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첫 몰기(5시5중)이며, 금년 첫 몰기다. 8명이 4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저녁 내기 편사, 초여름 봄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오월,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