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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하늘은 높푸르고 소슬한 가을바람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오수 삼계면에서 김진승 교수의 농가를 보고 포그니님이 근무하는 남원으로 갔다. 반가운 인사 나누고, 관촌 사선대에 있는 초원장 식당에서 점심 함께 하며 문학에 관한 환담을 나누었다. 식사 후엔 사선대에서 가벼운 산책을 했..
"우리들은 특정한 문학적 견해나 특정한 파벌을 만들지 않으며, 역량 있는 모든 시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자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오염된 자본과 결탁된 이미지 소비, 상품에 종속된 삶이 넓게 펼쳐지면서 인간다운 삶의 가치는 여지없이 훼손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도 소외된 삶을 포용해 대동세상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본다" - '창간사' 몇 토막 지난 2006년 가을, 1980년대 우리 문단의 일선에 서서 시를 무기로 삼아 군사독재정권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던 80년대 시인들이 이란 이름을 내걸고 시낭송회를 몇 차례 여는가 싶더니, 급기야 그들 중 몇 명이 모여 계간 시전문지 (시와문화사)를 창간했다. 발행인 겸 편집인은 김명환(문학평론가), 편집위원은 김창규(시인),..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회에 참석했다. 옛날과 달리 작품들 모두 뚜렷한 개성이 엿보였다.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여 폭넓게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본 것 중 몇 점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지인인 국내 초대작가 이택우 화백의 "풍물"에서 특이한 화면구성, 조인예 화가의 그림에서 화려하고 환상적인 색채감을 느꼈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숭문교에서 금계까지 걸었다. 하늘은 높푸르고 산은 아직도 초록빛으로 남아 있었다, 금계에서 칠선계곡의 하류만 보았는데, 폭이 넓고 물이 힘차게 흐르는 지리산 계곡은 역시 다른 산과 달랐다.
제18회〈현대시학〉작품상 왼손의 그늘 (외 4편) 우대식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시라 이 가을날 나의 사랑을 얼마 남지 않은 저 잔광의 빛으로 당신을 몰고 가는 일 그것이 내 연애법이다 그 몰입에 얼마나 당신이 괴로워했을 줄 모든 빛이 꺼지고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처럼 당신과 내..
제18회〈현대시학〉작품상 왼손의 그늘 (외 4편) 우대식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시라 이 가을날 나의 사랑을 얼마 남지 않은 저 잔광의 빛으로 당신을 몰고 가는 일 그것이 내 연애법이다 그 몰입에 얼마나 당신이 괴로워했을 줄 모든 빛이 꺼지고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처럼 당신과 내가 어느 풀밭에 앉아 있다 하자 젓가락을 들어 당신은 내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 음식 밑에 바쳐진 당신의 왼손 그 아래로 그늘이 진다 왼손의 그늘, 지상에서 내 삶이란 당신이 만들어준 왼손의 그늘에서 놀다 가는 일 놀다가 가끔 당신이 그리워 우는 일 코스모스처럼 내 등을 툭 한번 쳐보다가 돌아가는 당신의 늦은 귀가 그림자가 사라질 때 나의 연애는 파탄의 골목길 용재 오닐의 비올라 소리 같은 깊고 슬픈 당신의 오랜 귀가 —《문예중앙》..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
자목련 립스틱 공광규 불광산 장안사 화단 자목련나무가 가지마다 자주색 립스틱을 밀어올렸다 가까운 옥매나무에서 먼 뒷산 신갈나무 숲까지 열심히 립스틱을 발라주고 있다 그러나 립스틱이 묻지 않는 것이 자목련나무는 많이 속상한가보다 봄바람을 핑계 삼아 립스틱 밀어올린 팔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