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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4살 때부터 같은 골목을 끼고 있는 집에서 살며 골목에서 하루해를 함께 보냈던 옛 친구, 김두신 초등학교 6학년 초 헤어진 후, 오랜 세월 꿈속에서 만났던 얼굴, 그때 살던 그 골목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김두신, 정윤희, 천문기 왼쪽부터 천문기, 정윤희, 김두신
95발,19순(巡)을 쏜 후, 허리춤에 찬 화살 5대, 모두 과녁에 명중했다. 집궁 30년 만에 최초로 성취한 기록이다!
바다에 이를 때까지는 활을 잡아당겨 과녁을 겨눈 화살 거대한 철문을 밀듯 줌통을 밀어내고 줄다리기 동아줄처럼 팽팽한 활시위를 잡아당기지만 과녁 앞에 코를 박는 화살 좌우로 빗나간 화살 모두 과녁을 벗어나 땅바닥에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널려 있는, 화살처럼 밑바닥을 뒹굴었던 내 젊은 날이 메마른 강물처럼 흘러 무언의 사대까지 왔지만 언제나 불만을 쏘는 것 아냐 운이 따르는 날이면 오시오중, 몰기의 환희에 황혼은 붉게 타오르기도 하지 야릇한 눈총에는 아랑곳하지 않아 아무 뜻 없는 허공 속으로 미친 듯 힘차게 만작의 활을 들고 뜨거운 화살을 날릴 거야 은빛 강물처럼 흘러가는 내 삶이 바다에 이를 때까지는 -- 시에티카 21호(2019년 하반기)--
야성의 열창 가벼운 신음에 흔들리던 차 그렁그렁한 눈물에 떠나가던 차는 멈추었지만, 뿌린 씨가 탐스럽게 자라나 담장 밖을 향해 축축한 땅에 뚫어 놓은 구멍 하나둘 돌덩이에 막혀 울타리 밑을 에워싼 질곡의 석벽 갇힐수록 강해지는 짐승의 본성 팔다리 버둥거리며 울타리 위 철망을 물어뜯고 튀어 나간 피 멍울진 몸통 위에서 빛나게 잿빛 꼬리가 승리의 깃발처럼 나부낀다 개밥별 하늘에 뜨고 나무가 잠들면 들개처럼 살아나는 야성 사랑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의 꽃인 것을, 수만 년 디엔에이에 각인되어 내려온 진실을 누가 알까? 일백 년도 못 사는 존재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삶의 경전임을 -- 시에티카 21호(2019년 하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