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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미 연방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불타는 하늘 아래 바다는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들. 딸, 손녀, 손자 들과 함게 며칠간 평온한 휴식을 보냈다. 나이가 들면 삶이란 이런 것인가. 녹색으로 빛나는 적도의 땅과 바다 속에서 젊음을 찾고 싶었지만, 시계는 거꾸로 돌지 않았다.
반년간지 『시에티카』 2014년 · 상반기 제10호 (시와에세이, 2014) 시에티카 초대시 공광규 돼지 김백겸 인생 공장 김완하 봄날 김태수 엊저녁 뵌 외할머니 마경덕 연애 죽이기 박서영 구름치 버스정류장 복효근 도색 이원규 산자야 누님 정영주 오호라, 최정란 악수 하종오 모더니즘 시보..
박형준 시인 출생 1966년 (만 48세), 전북 정읍시 | 말띠 데뷔 1991년 한국일보신춘문예 '가구의 힘' 당선 학력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박형준(1966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1966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
멍에 콩에서 태어나 넝쿨로 뻗지 못하고 머리로 하루를 여는 콩나물 같은 당신에게 세상은 콩나물시루다 켜켜이 눌러앉은 시루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꼿꼿하게 위로만 솟아오르는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당신은 타고난 극단주의 신봉자다 발 디딜 틈 없는 콩나물버스를 타고 아침을 여는..
낮달 한겨울 흰 추위에 얼어붙은 낮달이 동녘에 허연 접시처럼 덤덤하게 떠 있다 붉은 해를 지우고 실내 어둠 속에 희끄무레 해를 띄웠던 낡은 촛대엔 시든 불빛 아직도 흐릿한데, 에구붓이 뻗은 나뭇가지 위로 납빛 장막을 젖히고 드러낸 은자의 희뿌연 얼굴 호젓한 초극(超克)의 길, 가..
소멸 燕安 김재기 창밖에 초록이 한창인데 하얀 벽 숨소리 가라앉은 방안 환자복을 수의처럼 걸친 77세 김 할아버지 해쓱한 얼굴에 퀭한 눈이 유리알처럼 반짝인다 가슴에 모르핀 패드를 붙이고 십칠 일간 굶주린 몸에 링거줄을 매달고 문병객을 맞는다 핏기 없는 입술에서 종소리처럼 ..
삼천 평 정원 아파트 뒷산 아담한 공원이 가시 달린 피라칸타 울타리를 두르고 들어왔다 화살나무와 사철나무도 곁에 바짝 붙어 섰다 잔디밭 사이 산책길에 터를 잡은 매자나무, 배롱나무, 산딸나무, 산사나무, 자귀나무, 자작나무 홍단풍, 해당화, 산철쭉도 끼어들었다 줄지어 늘어선 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