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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구암사 임도길, 옛 직장 같은 연구동에서 오랜 세월 함께 지낸 사람들이, 답답한 코로나 속에서 열렬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며 맑은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켜며 초록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채희만 박사, 이용희 박사, 정재철 박사, 나와 조동래 박사, 5인의 산책로엔 웃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등산코스는 국립공원 홈페이지, 무등산 국립공원 코스별난이도에 소개된 7개 탐방코스 중에서 `새인봉-입석대'코스를 택했는데, 해발 617m 중머릿재에서 하산했다. 어제 4시간 동안 양림동 도보여행의 휴유증으로.... 문화전당역 공원에서

광주 양림동 가볼만한 곳을 따라, 술도 몇 잔 들이키고, 천천히 걸었다. 광주송정역 포토존에서 기념사진 한장 광주송정역 맛집에서 점심으로 모듬순대국밥을, 국물이 맑고 깔끔하다. 남광주 전철역에서 내려 양림천을 따라 양림역사문화마을 안내소를 향해 우리는 팽귄처럼 걸었다. 펭귄마을 시냇가 가로수 타오르는 늦가을에 시냇가 옛길을 걷는다 기억의 시루 안 층층이 쌓인 켜에서 팔락거리는 마른 나뭇잎 늘어진 나뭇가지에 등불처럼 매달린 잎 하나 뜯어 씹어 본다 위장에서 목구멍까지 아랫배에 고였던 열기가 뜨겁게 올라온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무거운 짐 지고 먼 거리를 걸어온 듯 눈앞이 가물가물 흔들린다 허기진 위장이 꼬르륵거리는 한낮 희뿌연 연기 실오리처럼 피어오르는 검불 덩이 냇물에서 건져 올린 미꾸라..

봄날, 술잔은 마음을 뜨겁게 한다. 일출봉에서 나눈 몇 잔의 술이 4월의 무등산 산행을 탄생시켰다.

봄빛에 젖어, 홍조는 면면하고 취정은 도도하고, 그런대로 몸은 직립을 유지하고, 마음은 봄빛 느껴지는 마파람을 타고 수직에서 멀리 떨어져 가고

눈 덮힌 산길, 뼛속 저리는 겨울바람, 흔들리는 황혼의 발걸음, 말라 비틀어진 나무 가지, 메마른 시간만 흐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