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745)
벌레의 숨결
일시: 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13시부터, 장소: 태화장, 친친 일요일) 13시부터 장소: 1차 태화장, 2차 親親羊肉串 ▼ 1차 태화장(중식) ▼ 2차 親親羊肉串 ▼ 빽다방에서 Tea타임
후유증 그림이라고, 사진이라고 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다 안개꽃이라고, 사람이라고 참새 떼처럼 수런거린다 부서진 창문으로 바라본 나무라고, 아니 벼락 맞은 나무라고, 어둡게 덧칠한 화면 앞에서 말들이 하나둘 안개 속에 묻히고 있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데 답답한 삶처럼 좁은 화랑 안 순백의 사기 화분에 조화처럼 솟아난 꽃대 반복된 부정과 긍정 사이 골짜기처럼 벌어진 틈새 다른 머릿속이 스치면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포장지 같은 내 삶이 하릴없이 잦은 상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와정신 66호(2018년 겨울)--
벤처오피스 옴나위없이 붐비는 길거리 썰물 진 갯벌처럼 트이면 자줏빛 윗도리, 붉은 타이에 은발을 펄럭이며 카카오 택시를 불러 타고 만화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우중충한 엘리베이터, 어둠침침한 낭하 아득한 꼬리를 물고 맴돌이하는 지난날 환상에 휘덮여 낡은 흑판 같은 머릿속이 그려 놓은 노을빛 꿈, 휘청거리는 오만의 발걸음을 내디딘다 출입문 열쇠는 밋밋한 손가락 발광다이오드 환하게 부서지는 사각의 칸막이 수도승처럼 눈 내리뜨고 문자판에서 쟁기질하는 일소들이 누룩처럼 뜰 무렵 어스름 젖은 얼굴로 빚쟁이처럼 나타난 농장 관리인 야릇한 미소를 달갑게 받으며 나는 꾼의 손으로 스위치를 내리고, 멍에 진 내 삶의 한 쪽이 붉은 지평선 너머로 도둑고양이처럼 사라진다. --시와정신 66호(201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