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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출산과 배설 / 임보 ―신춘문예를 지켜보면서 문학하는 사람들이 새해를 맞으며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신춘문예일 것이다. 신춘문예는 화려하게 각광을 받으며 기성작가로 올라서는 등용문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지방 신문들까지도 신춘문예를 공모하는 바람에 그 희소가치가 다소 퇴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춘문예는 문학 지망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정초의 내 홈페이지에 한 네티즌이 모 일간지의 시 당선작을 소개하면서 해설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아무리 읽어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당선작을 읽어 봤더니 그 네티즌의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글을 쓴 바 있다. ―(전략)― 당선작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고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
비오는 날 - W.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
시정신詩精神 그리고 비시非詩와 반시反詩 林 步 시정신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정신이 무엇인가 따지는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시정신이란 작품 속에 내재해 있는 시인의 정신을 이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산문 장르와는 달리 시를 시 되게 하는 시 장르의 정신적 특성을 뜻하기도 한다. 전자는 작품마다 혹은 개인마다 그 특성을 달리하는 개별적 정신세계라면 후자는 시 일반의 보편적 특성을 형성하는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후자의 개념으로 사용키로 한다. 시를 다른 산문과는 달리 시일 수 있게 하는 시인들의 보편적 정신세계를 시정신이라고 하면 그 속에는 윤리의식, 비판의식, 미의식 등 다양한 정신 영역이 관여할 것이다. 시정신에 관한 구체적인 개념 정리에 앞서 우선 시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2011/3분기) 2011년 3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심사평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총 선정도서 종수는 64종이며 아래는 장르별 전체 심사평 및 선정도서 목록입니다. -------------------------------------------------------------------------- 16종 3/4분기 우수문학도서 심사대상이 된 시집은 총 68권이었으며, 4명의 심의위원이 본심에 올린 작품은 25권이었다.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심의위원 사이에 오간 논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시의 생산현장이 확대되었다. 문학의 현장이 대개 그렇지만, 시 분야에서도 몇몇 유력 출판사의 독과점 현상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된 서로 다른 ..
그대여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늠하느냐 천지간 누비는 새들아 세월 위로 슬픔과 기쁨을 덮었구나 만남은 잠시 달콤하나 이별은 한없이 괴로운 것 어리석게 가슴 앓는 여인이 있었네. 닿는다면 외쳐보겠지만 저 멀리 솟은 구름 사이 노을이 질 때 닿지 않는 내 마음은 외로운 그림자 같구나 그리움은 바다 같은 강을 건너며 지난 날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견뎌야 할 괴로움은 그대로인데 혼을 토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메아리만 울부짖으며 비바람 치네. 영원할 것처럼 부러워하면 무엇하리 백년을 살아도 흙으로 돌아갈 것을. 이제 추억은 시간에게 맡겨두고, 다음 생 술 한잔 부으러 미친듯 그대들 무덤에 가리.
· : 섬마을 유채꽃 · 저자(시인) : 박금숙 · 시집명 : 하얀 그리움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 · 출판사명 : 책나라 섬마을 유채꽃 박금숙 이른 봄부터 섬마을은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마을 어귀부터 언덕 비탈진 곳까지 질서 정연하게 키를 맞추고 파도가 한 번 발을 구르고 나면 노란..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신경림 내가 시를 쓰는 일에 회의를 느낀 것은 문단에 나온 직후이다. 내가 문예지 ‘문학예술’에 추천을 받은 시는 ‘낮달’, ‘갈대’, ‘석탑’ 등 이른바 순수시였다. 갈 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
외딴집 풍경 마경덕 낡은 추녀 끝 간장 한 종지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처마 밑을 스치는 바람에 밀려 맑은 소리 한 대접 머리 위로 쏟아졌다 작은 놋쇠종지가 제 그릇보다 큰 소리를 품고 있다니, 엎질러진 바람이 파문을 그리며 멀리 번지는 것을 보았다 마당에 뒹구는 소반小盤에 내려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