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유채꽃 본문

현대시모음

유채꽃

연안 燕安 2012. 3. 16. 12:20

· : 섬마을 유채꽃
· 저자(시인) : 박금숙
· 시집명 : 하얀 그리움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5
· 출판사명 : 책나라
섬마을 유채꽃

박금숙


이른 봄부터
섬마을은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마을 어귀부터
언덕 비탈진 곳까지
질서 정연하게 키를 맞추고

파도가 한 번 발을 구르고 나면
노란 유채꽃도
일제히 물결을 이룬다
갯바람의 비린 식성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떼 지어 몰려온 갈매기의 함성에
의기양양 꽃 대궁을 세우면
마늘밭 숨차게 날아온 나비가
호기를 누리는 순간이다
초유 같은 누런 젖물을 빨아
금세 꽁무니가 부르다

꽃 무덤을 파고 눌러앉은 마을은
어느새 신방이 되어있다
허리가 휘어진 돌담 아래 유채밭이
혼사를 앞둔 처녀의 몫 이란다
어느 신부의 화관이 저리 고울까
지금 섬마을은
유채꽃 축제가 한창이다.

 

 

· : 유채꽃 바다
· 저자(시인) : 이향아
· 시집명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8
· 출판사명 : 도서출판 마을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ha (33)
유채꽃 바다

이향아


유채꽃 보러 그와 갔었다
남쪽 섬 제주도
5월이었어
우리는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지
유채꽃처럼
유채꽃처럼 하늘하늘 웃는 얼굴로
아린 듯 슬픈 듯 가슴이 조였었지
유채꽃은 지칠 듯이 아슴한 바다
빠져 죽고 싶은 바다였었지
함께 죽는다면야 죽고 싶었지

 

 

· : 겨울 유채꽃
· 저자(시인) : 이승훈
· 시집명 : 비누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04
· 출판사명 : 고요아침
· 링크주소 : http://www.poet.or.kr/ls (5)
겨울 유채꽃

이승훈


제주 민속 마을로 가던 길인지 민속 마을에서 돌아
오던 길인지 분명치 않다 송 선생이 차를 몰고 뒷좌석
엔 제주 출신 서안나 시인이 앉아 있었다 내가 놀란 건
길가 넓은 밭에 노란 유채꽃이 가득히 피어 있던 것 겨
울에도 유채꽃이 피느냐는 나의 물음에 송 선생 왈 정
신 나간 꽃입니다 나는 하도 재미있어 말했다 그래 미
친 꽃 송선생 사람만 미치는 게 아니라 꽃도 미치는
세상이야 그리고 한참 가니 또 노란 유채꽃이 나타나
고 이번엔 안나가 말했다 선생님 잠시 내려 구경 좀 해
요 그래 그러자 우린 차에서 내려 꽃구역을 하고 안나
가 노란 유채꽃 한 송이를 꺾던 제주 겨울 시골길

 

 

· : 유채꽃밭 노오란 - 나태주
· 저자(시인) : 나태주
· 시집명 : 슬픈 젊은 날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75
· 출판사명 : 토우
유채꽃밭 노오란

나태주


유채꽃밭 노오란 꽃 핀 것만 봐도 눈물 고였다.
너무나 순정적인 너무나 맹목적인
아, 열여섯 살짜리 달빛의 이슬의
안쓰렁누 발목이여. 모가지여. 가슴이여.

 

 

· : 유채꽃 바다 - 홍해리
· 저자(시인) : 홍해리
· 시집명 : 투명한 슬픔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6
· 출판사명 :
유채꽃 바다

홍해리(洪海里)


보아라 저 바다가 어떻게 피는지
노랗게 피어 있는 누이야

푸른 바다 고랑고랑 일구어 피워 놓은
유채꽃 밭머리마다
<꽃값을 받습니다, 일인당 500원!>
팻말을 엉성하게 박아 놓았다

얼마나 생각이 간절했으면
먼 바다가 노랗게 불을 밝히고
일출봉을 오르고 있을 때
바닷속에 잠든 아버지의 등은 꺼져 있고
바다 위에는 하얀 연꽃만 일고 있구나

바람은 연초록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연분홍 혓바닥으로 반야심경을 외고
눈물 퉁퉁 부은 입술로 떨고 있는
회심곡 한 소절의 누이야

한라산 올라가는 길 따라
바람은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우박이 때아니게 후둑거린다

여기와 저기가 이렇게 다르구나
꽃피는 봄바다에 아버지 안 계셔도
저 바다가 울음인 것을

검은 물옷 입고 바다로 들어가는 누이야
어머니 가슴에도 꽃을 피워야 하지 않느냐
저 노란 울음으로 피는 유채꽃 한송이를.

 

 

 

'현대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쟁이/도종환  (0) 2012.04.04
비오는 날 /W. 롱펠로우   (0) 2012.04.03
외딴집 풍경   (0) 2012.03.09
성은주  (0) 2012.03.06
오상순  (0)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