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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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모음

외딴집 풍경

연안 燕安 2012. 3. 9. 22:30

외딴집 풍경

 

                   마경덕

 

 

낡은 추녀 끝

간장 한 종지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처마 밑을 스치는 바람에 밀려

맑은 소리 한 대접 머리 위로 쏟아졌다

 

작은 놋쇠종지가

제 그릇보다 큰 소리를 품고 있다니,

 

엎질러진 바람이

파문을 그리며 멀리 번지는 것을 보았다

마당에 뒹구는 소반小盤에 내려앉는 것도 보았다

 

자린고비처럼

물고기 한 마리 흔들흔들, 허공에 매달아두고

 

산모롱이 그 빈집

소리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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