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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삽재에서 갑하산 정상까지, 찌는 듯한 더위, 바람 한 점 없는, 가파른 오르막길, 몸은 흥건히 젖는데, 짜증나는 무풍의 능선길. 6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걸을 수 밖에, 그렇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대전-세종-대전-청주, 네번째 개업인가! 삶이 더욱더 숨차오르는 시대, 삶의 여백은 어디에 있을까? 점심 후 청주지방법원 앞에 있는 생태공원을 산책, 두꺼비 생존 보호의 깃발이 펄럭이는 계곡이 아름답다.

7년 전 발걸음을 더듬으며 다시 찾은 산길, 금동고개에서 산과 만인산 사이 십여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13km 거리를 7시간 40분 동안 걸었다. 젊은 날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땀으로 흥건히 젖어 걸었다. 대전둘레산길 12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2014년 걸었던 대전둘레산길(12구간), 8년 후 1구간을 다시 밟았다. 금동고개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락 내리락 가파른 산길, 키 큰 나무로 사이로 뻗은 시원한 능선, 발걸음은 예전보다 훨씬 무거웠지만, 마음은 예전처럼 싱그럽게 물결쳤다. 금동고개에서 보문산 공원주차장까지 약 10km 거리, 5시간 30분 소요.

포항 구룡포항에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약 15km, 5시간을 걸었다. 풍경은 막막한 바다, 조잡한 해변, 볼 것도 별로 없어 사진도 별로 찍지 못했다. 다행이 걷는 길에 매연과 소음이 없어, 땀 흘리며 걷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될 수 있었다.

금요일(20일) 오전, 우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지난 14년 동안 언제나 반갑게 짖으며 마중 나오던 마롱이, 멀리 화살나무 그늘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 밥을 주어도 먹지 않고, 산책을 따라오지도 않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가? 사진을 많이 찍고 싶다. 토요일(201) 오전, 동물병원(행복드림)에 갔다. 의사는 단지 밥을 먹지 않는 늙은 개의 병을 밝히기 위해서는 수많은 검사와 비용이 든다고 하면서, 간단한 약을 조제하여 한번 먹여보라고 권고하였다. 편의점에서 강아지용 쇠고기 통조림을 구매, 약을 섞여 먹였다. 다음날 일요일 기력이 좋아진 것 같아, 아침에 약과 쇠고기 통조림, 사료도 약간 먹었다. 산책도 함께 했다. 저녁에 약을 먹이려고 우리에 들렸는데 우렁차게 짖으며 문 앞으로 마중 나왔다.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