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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황혼의 충전 - 2018 여름

연안 燕安 2018. 7. 2. 19:27
 
    황혼의 충전 화톳불처럼 타오르는 산문 뙤약볕 아래 바람마저 숨어 버린 산속 물관 돌리는 나무에서 짙은 솔향기가 나네 다복솔처럼 고개 쳐든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좌표 잃은 산길 얼비치는 저녁노을 꿉꿉한 적막 속 발소리만 자박자박 얻은 것 없이 다다른 끝 빈 아랫배에 고였던 열기가 차오른다 모든 것이 다 비워졌다는 거야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축축한 이마를 밀어 올려 봐 촘촘한 나뭇잎 사이에 비치는 볕뉘처럼 세상은 더욱더 선명하게 보일 거야 비움과 채움은 역동적인 동전의 양면 낡은 휴대폰처럼 점점 빠르게 반복되는, 벨이 울릴 때까지는 그만둘 수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허공 속으로 활시위를 당긴다 붉은 하늘가에 그려지는 왼구비 궤적 과녁을 멀리 벗어난 화살 말린 명태처럼 굳은 어깨에서도 날개가 솟아날까 쌀깃처럼 고목을 감싸는 저녁 어스름 지는 해를 아쉬워할 이유는 없어. -- 시에 50호(2018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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