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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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가난한 영혼의 노래

연안 燕安 2018. 11. 25. 02:51
 
    가난한 영혼의 노래 어릴 때부터 나는 축축한 흙벽 속에 새를 기르고 있었어 가끔 비에 젖어 부들부들 떨곤 했던 작은 새 한 마리 튼튼하고 힘차게 자라기를 갈망한 나는 부서지도록 뛰고 달렸지 비몽사몽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지칠 때 잔별처럼 새의 눈빛이 어른거렸지 언젠가는 벽에 부딪혀 찢어진 몸을 꿰매기도 했어 여린 새가 봄의 입김처럼 사라진 후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갔지 무더운 가뭄에 나뭇잎 오그라지는 한여름 어느 날 산길 마른 나뭇가지에서 외롭게 파랑새가 울고 있었어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비로소 애지중지 기르던 새라는 것을 알았지 펑펑 울고 싶었지만, 날라 와 어깨 위에 앉았을 때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마디 귓속말하고 싶었어 파리한 환상보다는 싱그러운 자유가 더 좋은 것 같아. -- 시에티카 19호(2018 하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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