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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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늦바람 - 2018년 전반기

연안 燕安 2018. 4. 6. 19:04
 
    늦바람
      고함과 경적이 뒤덮인 세상 눈 쌓인 두메처럼 정적만 흐르는데, 무음의 진동에만 쫑긋거리는 귀 영원을 향해 아득하게 두루마리처럼 펼쳐진 양탄자 위를 늙은 개처럼 달린다 귓바퀴를 스치는 바람 명암이 빠르게 엇갈리는 눈앞 아, 풀밭을 지나가고 있구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낯선 곳일지라도 회색빛 머릿속을 뻥 뚫는, 들판의 내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리 언젠가 마른 잡풀이 상여의 꽃처럼 뒤덮인 그곳을 찾아 차갑게 웃으며 열어야 할 달빛처럼 환한 영원의 문 환장하게 어른거리는 것은 웃을 수밖에 없는 삶 때문인가.
        --시에티카 18호(2018년 전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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