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구석에서
밤낮없이 끙끙거리며 꼬리 치는 개
목줄이 그리는 이차원 밀폐 공간
단단한 밥그릇, 달콤한 졸음에 깊이 빠진,
뒷간의 구린내에 무딘 중독자
긴 세월 매인 줄 풀려도 떠나지 못할 거야
모험이 깃든 자유란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강아지의 몫이지
몸담은 곳이 부서져 사라진다면
탈출을 꿈꾸어 보지만,
삶이란 욕망과 갈등이 뒤섞인 두엄더미
앞으로만 질주하는 오토바이
죽음으로 맑게 깨어 있으므로
물거품처럼 뜬 꿈과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밥통에 질기게 얽힌 칡넝쿨은
쉽게 걷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여보세요, 허기진 배를 만지며 흐뭇하게 웃은 적 있나요
질깃질깃한 욕망의 삼밧줄을 벗어나는 날
비바람 자국 촘촘한 돌부처의 뒷머리에 대고
보잘것없는 집에서 빠져나온
낡은 구두처럼 빛나는 영혼이라고 소곤거리겠지
하지만 들판 곳곳에 놓인
달콤한 올가미를 비껴가기는 힘들 거야
날바닥에 굴러다니는
막누더기처럼 힘없는 들개에게도
노랗게 익은 머릿속과 이글거리는 식욕은
힘없는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이니까.
--시와사람 87호(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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