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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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 2017년 가을

연안 燕安 2017. 10. 25. 08:24

  

    버티기
      막연히 기다린다는 것은 짙은 안개 속을 거니는 것 칙칙하게 늘어나는 시간과 싸움 숨 깊이 들이쉬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는 굳게 빗장 걸린 공간 아삼아삼한 안개 속에서 엇섞인 마음은 박새처럼 오르락내리락 눈앞은 어웅한 동굴 속 달려오는 차바퀴처럼 재깍거리는 시계 바람 따라 우러나온 생각만 안달복달 한여름 모래밭에 밀려드는 밀물처럼 가슴을 흥건히 적셔 놓지 설렘이 깃든 기다림이란 결코 달콤한 것만은 아니야 시린 달빛이 어루만지는 은빛 산야처럼, 긴긴 기다림은 후비어 파고들며 핏줄을 울리게 하지만 무기수의 가출소처럼 한 줄기 희망을 주기도 하지 누구도 짧은 여름밤의 단꿈을 포기하지 않아 옴나위없는 애옥살이처럼 짓눌려도. -- 다층 75호(2017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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