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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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작품

묘수 - 2017 여름

연안 燕安 2017. 6. 1. 22:06

    묘수
      바둑을 잘 둔다는 것은 바둑돌을 놓아야 할 꼭 알맞은 자리를 찾는 것 상대와 자신이 둘 자리를 내다보고 날렵하게 무희의 발처럼 수순을 밟는 것 수십 수를 내다보는 뛰어난 바둑의 고수 이세돌 세계의 눈길을 끌며 오로지 한 수만을 바라보는 인공지능 알파고 앞에 어린애처럼 무릎을 꿇었다 한때 나도 여러 사람의 발자국을 깔보며 흐릿한 앞날을 내다보려고 몸부림치다가 돌쟁이처럼 거꾸러진 적이 있었다 늘 외곬만 바라보다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에야 빈 잔을 들고 축축이 젖으면, 숨은 발자국이 푸른 들판에 노란 민들레꽃처럼 환하게 피어올랐다. --불교문예 77호(2017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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