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길을 잃다 본문

발표작품

길을 잃다

연안 燕安 2017. 12. 7. 11:37

  

    길을 잃다
      낙타의 등처럼 불거진 혹을 매달고 붉은 모래언덕이 숨어 있는 사막을 걷는다 말귀가 터지면서 느낀 사막의 뜨거운 바람 뭇 시선을 받아먹은 혹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텅 빈 삶이 조가비처럼 널브러진 석양의 모래밭 바라볼수록 더 묶이는 삶의 발목 뒤틀린 걸음과 갈증의 조각들 오아시스는 멀다 싸움소처럼 팽팽하게 맞선 두 개의 힘 두 무릎을 꺾고 내려앉는다 점자 같은 세상 한가운데서 빈 병에 든 하루를 쏟으며 길을 버리고 여담처럼 걷던 내 삶이 쓰러진다. -- 시와사람 86호(2017년 겨울)--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수제비 - 2018년 봄  (0) 2018.04.06
천라지망(天羅地網) - 2018년 봄  (0) 2018.04.06
버티기 - 2017년 가을  (0) 2017.10.25
봄의 점묘 - 2017년 가을  (0) 2017.10.25
펭귄마을 시냇가 - 2017 여름  (0) 2017.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