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땅수제비 - 2018년 봄 본문

발표작품

땅수제비 - 2018년 봄

연안 燕安 2018. 4. 6. 18:52

  

    땅수제비
      검푸른 이끼로 세월의 무늬를 새긴 성벽 무덕진 더위에 늘어진 나무 두꺼운 그늘을 가르고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 침묵의 공간을 꿰뚫는 율동의 파문 어두운 수풀에서 튀어나온 새 한 마리 파닥파닥 땅 위에 물수제비뜨고 있다 날카로운 발톱이 자신을 덮치도록 추적의 시선을 유혹하는 환장하게 몸부림치는 어미의 몸짓 배움도 연습도 없던, 저 절절한 춤사위의 근원은 어디인가 단명의 주검 앞에 눈물 한 방울 뿌릴 틈 없는, 팔락거리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 흩어진 새끼들 다시 불러 모아 절망의 장벽을 뛰어넘어 자개바람 나도록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달리는 돌진의 발길, 그 눈부신 눈빛 달아오른 아수라장 속에서 루피너스 향기 가슴 깊이 파고든다 안개 속 잎새처럼 너울거리는 아득한 기억의 단층 오른발에는 삶을 왼발에는 죽음을 매달고 누군가 넓은 걸음나비로 가시밭길을 총총히 걷고 있네. --시와사람 87호(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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