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쪼그라든 밥통 본문
쪼그라든 밥통
이젠, 달릴 수 없어
줄어든 위가 다가앉아
건넨 귀엣말을 드러내지 않고
반백의 머리가 출입문을 나간다
가로수에서 울긋불긋 쏟아지는
햇살이 쓰디쓴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앙상궂게 드러난 어깨를 쓰다듬는다
후줄근한 옷자락을 붙잡는 망령의 손길
길거리에서 길거리로
휴지처럼 구겨져 끌려다니던 한낮
뒤틀어진 고목 아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밥통
뒤꿈치 개갠 자국이
엇섞인 눈물에 젖어 있다.
--시에 45호(2017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