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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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

연안 燕安 2017. 2. 22. 17:47
 
    길잡이
        오랫동안 연습문제를 풀었다 골대를 비껴가는 공처럼 늘 제대로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다가오는 사람은 적고 혼자 노는 시간이 눈처럼 쌓이는 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처럼 덧없는 세월이 내놓은 답안지를 펼쳐 들고 쓰디쓴 한숨을 내뱉는다 가보지 않고는 헤아릴 수 없는 안갯속 달리던 다리 휘청거려야 어렴풋이 보이는 듯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은데 숨이 트이는 것만 같은데, 느닷없이 창밖에 몰아치는 비바람 팔짝대는 고사리손 곁에서 팽팽한 손끝으로 종이배를 접는다 방울꽃처럼 투명한 순간이여 내 삶의 길잡이여. --시에티카16호(2017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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