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습문제를 풀었다
골대를 비껴가는 공처럼
늘 제대로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다가오는 사람은 적고
혼자 노는 시간이 눈처럼 쌓이는 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처럼 덧없는
세월이 내놓은 답안지를 펼쳐 들고
쓰디쓴 한숨을 내뱉는다
가보지 않고는 헤아릴 수 없는 안갯속
달리던 다리 휘청거려야 어렴풋이 보이는 듯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은데
숨이 트이는 것만 같은데,
느닷없이 창밖에 몰아치는 비바람
팔짝대는 고사리손 곁에서
팽팽한 손끝으로 종이배를 접는다
방울꽃처럼 투명한 순간이여
내 삶의 길잡이여.
--시에티카16호(2017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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