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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숨결
추석 명절이 지나갔지만, 아직 무더운 여름의 모습이 남아 있다. 오늘 코스는 지난 4개월 간 걸었던 경남 지역에서 전남 지역으로 첫걸음 내딛는 날, 하늘은 맑고 높푸르다. 송정마을 도착해서 차를 세워 놓고 택시를 불러 타고 출발지 가탄으로 갔다. 전북 남원에서 이곳까지 15코스를 지나는데, 대부분 택시비로 미터 요금을 지불했는데, 화개면만 미터기를 켜지 않고 미터 요금의 1.5배 정도로 추산되는 요금을 요구했다. 섬진강 하류가 흐르는 화개장터, 욕망이 춤추는 장터에서 물질을 추구하는 하류의 생각이 물결치는 것일까.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 능선을 따라 걷는 숲길, 내리막길, 코스 중간쯤 피아골 입구 은어마을에서 점심을, 따거운 햇살을 가르며 다시 오르막길, 6시간 반에 걸치는 행군도 저무는 석양 속에 ..
'가탄-송정' 구간 정보 거리 : 11.3km, 예상시간 : 6시간 30 분, 난이도 : 상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탑리 가탄마을과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송정마을을 잇는 11.3km의 지리산둘레길. 하동에서 구례를 넘나들었던 작은재가 이어진 길이다. 대부분 숲속길이라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긴다. 이 길 역시 섬진강과 나란히 뻗어 있어 시야가 트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섬진강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이지만 숲과 강이 있어 상쾌하다. 깊은 산골이지만 걷다가 자주 묵답을 만나게 된다. 이 깊고 높은 산골까지 들어와 농사를 지어야 했던 옛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느낀다. 목아재에서 당재로 넘어가는 길은 옛날 화개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고 연곡사와 피아골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구간별 경유..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쓸데 없는 걱정, 13.5km 구간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하늘호수 카페, 야생화에 둘러싸인 허름한 집, 본디 원두막으로 지은 것, 지리산둘레길이 이곳을 지나가게 되어 쉼터 카페로 개조했다고 한다. 서울 태생인 주인, 충청도 예산에서 10년 넘도록 살다가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발 씻어라고 맑은 물 가득한 물통과 깨끗한 수건을 가져왔다. 인심도 후하고 전망도 좋은 곳에서 맛 좋은 안주에 술 한 잔 곁들일 때 만족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깊은 숲길, 산기슭에 펼쳐 있는 차밭, 한여름 불볕 아래 7시간 동안 땀 쏟으며 걸었던 하루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주인이 손수 만들었다는 나무의자,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원부춘-가탄' 구간 정보 거리 : 12.6km, 예상시간 : 7시간 30 분, 난이도 : 상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마을과 탑리 가탄마을을 잇는 12.6km의 지리산둘레길. 지리산 고산지역의 길들을 걷는 구간으로 화개골 차밭의 정취가 느껴진다. 곳곳에서 차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바지런한 손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한다. 화개천을 만나는 곳에서는 하동의 십리벚꽃길도 조망할 수 있다. 임도, 숲속길, 마을길이 고루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다. 가탄에서 출발한다면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쉬엄쉬엄 오르면 부담 없다. 형제봉 임도삼거리와 헬기장에서는 지리산 주능선들이 굽이굽이 치마폭처럼 펼쳐진다. 구간별 경유지 원부춘-형제봉임도삼거리(4.2km)-헬기장(1.1km)-중촌(1.7k..
지리산둘레길 걷기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다. 한 주에 한 구간, 갈 때마다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13구간 하동읍-서동, 하동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리산둘레길에 가는 대신 걸어서 가는 길, 제쳐 두고, 14코스 대축-원부춘을 걸었다. 거리 8.6km, 예상시간 4시간 30 분 정도, 우습게 생각했는데, 3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오른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하동읍 악양면 대축리 대축마을에서 시작하여 박경리가 쓴 '토지'의 연속극에 나오는 평사리 들판을 지나 형제봉 능선을 지나 숲길로 이어져 있다. 토지의 촬영 세트 최참판과 평사리 문학관은 구경할 만하다.
몸살을 앓고 난 후, 보름 동안 쉬었지만 몸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어제 저녁 오정문학회에서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새벽 4시에 기상, 2시간 정도 써 놓은 시를 다듬고, 오전 7시 20분에 출발, 오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대축에 10시 도착, 버스로 하동읍까지, 택시로 삼화실까지, 11시 20분부터 걷기 시작하여 5시 40분까지 6시간 40분 동안 17km를 걸었다. 그늘이 없는 뜨거운 임도는 사막 여행을 연상케 했다. 쏟아지는 땀, 흥건히 젖은 등산복, 찌는 듯한 열기. 왜 이렇게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가. 해답은 집에 돌아온 후 얻게될 것이다.
'삼화실-대축' 구간 정보 거리 : 16.9km, 예상시간 : 7시간 0 분, 난이도 : 중 눈부신 지리산, 하늘과 강을 품다 마을도 많이 지나고 논, 밭과 임도, 마을길, 숲길 등 다양한 길들이 계절별로 다른 모습을 하고 반긴다. 봄에는 꽃동산을, 가을이면 황금으로 물든 풍요로운 지리산 자락을 펼쳐 놓..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참석한 문학회, 밤 늦도록 흐드러지게 무르익은 분위기, 귀가 시간을 잊은 술자리, 2시가 넘어 누운 잠자리에서 5시에 뜬 눈, 금빛 잉어처럼 가슴 위로 솟구치는 열망 낮선 곳, 어디론가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집을 떠나 3시간이 지난 후 밟은 땅, 하동군의 하동호 주차장, 지리산 11구간 출발 지점이 흐릿한 시야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지나는 길손을 불러 집을 구경시켜 주는 여인, 집 주인이 아니라 지인이란다.
'하동호-삼화실' 구간 정보 거리 : 9.3km, 예상시간 : 4시간 0 분 , 난이도 : 하 지리산이 나에게 말을 걸다. -“안녕하세요?”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와 하동군 적량면 동리 동촌마을을 잇는 9.3km의 지리산둘레길. 하동호- 삼화실구간은 청암면 소재지를 지난다. 돌다리를 건너 ..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와 하동군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를 잇는 11.8km의 지리산둘레길. 장마철 대전은 맑은 아침이지만 하동군의 일기예보는 구름과 비, 때론 쏟아지는 빗속을 우비가 흥건히 젖게 걷고 싶다. 하동호에 차를 두고 택시를 불러 출발지 위태까지, 요금 이만원, 소요 시간은 20분 정도. 위태에서 하동까지 전 구간이 싱그러운 산길과 숲길, 가끔 내리는 비는 정취를 더욱더 돋구워 주었다. 하동호 가까이에서 커피를 들고 있는데, 굶주린 고양이가 찾아와 밥을 달라고 애걸한다. 마침 성심당에서 사온 고기가 든 부추빵을 주었더니 잘 먹는다, 빵 하나를 다 먹어치운다. 베품은 가슴 뿌듯한 것, 하루가 포근하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길가 정자에서 매주 한 잔, 차 한 잔 깊은 산..